서울에 4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가 안 보인다

입력
2020.07.02 11:00
서울 하위 20% 아파트값 평균 처음 4억원 돌파
현금 없는 무주택자 '내 집 마련' 더욱 어려워져

"5월 말부터 문의가 쏟아지더니, 지난달에만 30~40건 매매됐어요."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정신없이 바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아파트 매수 희망자가 갑작스레 늘어난 탓이다. 그간 쌓여있던 매물은 한 달 새 모두 팔려나갔다. A씨는 "지난달 말 금호1차 전용면적 70.13㎡가 처음으로 4억원대 매매계약서를 썼다"며 "집주인이 매물을 거두고 호가를 올리고 있어, 이제 3억원대 아파트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서울의 '하위 20%' 저가 아파트값 평균마저 사상 처음 4억원을 넘어섰다. 강남구 등 초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저가 아파트가 모여있는 '노도강(노원ㆍ도봉ㆍ강북구)' 아파트값도 덩달아 오른 영향이다.

2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 하위 20%(1분위)의 평균가격은 전월보다 553만원 상승한 4억329만원이었다. 이는 서울에 있는 사실상 거의 대부분 아파트 가격이 4억원을 넘겼다는 뜻이다.

'노도강' 저가 아파트도 한달 새 수천만원씩 올라

실제 최근 저가 아파트는 씨가 마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도봉구의 지난달 아파트값은 전월 대비 0.13% 상승했다. 이 영향으로 도봉구 아파트 중위(중앙)가격은 같은 기간 150만원 상승해 3억9,65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노원구와 강북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또한 전월보다 각각 0.18%, 0.17% 올랐다.

시장에서 체감하는 가격대는 더 높다. '노도강' 저가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이 한달 새 수천만원씩 올랐다는 것이다. '6ㆍ17 부동산 대책' 발표 전후로 집값이 더욱 들썩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쌍문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B씨는 "그간 4억원대였던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5억원에 매매됐으며, 호가는 6억원을 향하고 있다"며 "꿈틀거리던 집값에 6ㆍ17 대책이 기름을 부으며 매매거래가 더욱 많아졌다"고 말했다.


현금 없는 무주택자 '내 집 마련' 갈수록 어려워져

자산이 적은 청년층은 당혹해 하고 있다. 그나마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곳마저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노도강'에서 지난 5월 아파트 808가구가 매매됐는데, 그 중 265가구(32.8%)는 2030세대가 샀다.  같은 기간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서는 2030세대 비중이 25.4%에 불과했다.

무주택자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시세 4억원 주택의 담보인정비율(LTV)은 서울에서 40%다. 현금 2억4,000만원을 갖고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LTV 70%까지 가능한 보금자리론을 이용해도 1억2,000만원이 필요하다. 이 마저도 무주택자면서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여야 가능한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저가 아파트 실종 현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서울에서 3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며 "저금리 상황에 무주택자가 적극 대출하고 있으며, 아파트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기에 저가 아파트는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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