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예상대로 충돌했다. 최초 요구안에서 노동계는 1만원(시급)을 제시한 반면, 경영계는 올해 최저임금(8,590원)보다 180원 삭감된 8,410원을 내놓았다. 노사 양측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이유로 들었지만 인상과 삭감이라는 상반된 요구안을 제시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역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제4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은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6.4%가 오른 1만원을 제시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총 209만원(주 40시간, 월 209시간 일한 기준)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측 근로자위원의 합의안으로, 당초 민주노총이 제시한 1만770원보다는 인상폭이 낮다. 근로자위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물가 하락을 반영하더라도 현행 최저임금은 최저생계비에 못 미친다”며 “최저임금 1만원은 비혼 단신 노동자 및 1인가구의 생계비 수준이며, 최저임금을 인상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은 올해보다 2.1% 감액된 8,410원을 제시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75만7,690원이다. 사용자위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22년 만에 첫 마이너스일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의 경영여건과 고용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최근 3년간 최저임금 인상속도는 미국, 일본, 독일 등보다 2.0~8.2배 높은 만큼 인상 속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2016년 최저임금 심의 때부터 1만원을 최초안으로 제시했다. 2019년에만 1만790원을 제시했는데,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복리후생비 등이 최저임금으로 인정돼 실질임금이 내려간다는 이유였다. 한편 사용자위원이 삭감안을 제시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0년 최저임금 결정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경제 사정을 이유로 4,000원에서 5.8% 깎자고 요구했고, 지난해에도 가파른 인상률을 이유로 4.2% 삭감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위촉하는 공익위원들은 이날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들이 각각 제출한 최초 요구안 제시 근거를 검토하고 질문을 주고받았다. 양측의 간극이 클 경우 공익위원들이 이를 조정해 안을 내 표결에 부치는 만큼,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는 공익위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회의가 끝난 후 근로자위원들은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사용자위원들의 삭감안에 대해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안”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공익위원들이 이날 노사 양측에 수정안 제출을 요구함에 따라 오는 7일 열리는 제5차 전원회의에서는 각각 인상률과 삭감률을 조정한 대안이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