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북전단에 분노한 이유는 리설주 합성사진 때문?

입력
2020.06.30 16:18
주북 러시아 대사 주장, "추잡한 외설 사진 탓
지도부 및 주민들 사이에서 강한 분노"



북한이 최근 대북전단 살포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고 과격 행동에 나선 것은 “전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를 합성한 외설 사진이 실렸기 때문”이란 러시아 측 주장이 나왔다. 이른바 ‘최고 존엄’ 가족을 모욕한 것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대남 도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29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5월 31일 (전단) 살포는 북한 지도자의 부인을 향한 추잡하고 모욕적인 선전전의 성격을 띠었고 포토샵까지 이용한 저열한 방식으로 이뤄져 북한 지도부는 물론 주민들 사이에서도 강력한 분노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 노동신문은 연락사무소 폭파 사흘 전인 이달 13일 “대규모 합동군사연습(훈련)도 엄중한 위협이었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최고 존엄에 대한 중상 모해 행위”라고 지적했는데, 전단 합성 사진을 염두에 뒀다는 추측이 많다.

최근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유포된 탈북민 단체의 전단을 보면 포르노 DVD 표지에 ‘설주의 사랑’이라는 제목과 함께 리 여사와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돼 있다. DVD에는 ‘서울의 사랑’이라는 일본어 제목이 붙어있지만, 이를 설주의 사랑으로 고쳐 번역했다.

북한이 최고 존엄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파견된 북한 응원단과 선수단은 6ㆍ15 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 하는 장면이 담긴 현수막이 비에 젖은 채 길가에 걸려 있자 “장군님 사진이 비바람이 노출된 곳에 걸려 있다”면서 남측에 거세게 항의한 뒤 현수막을 걷어가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사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북한을 조롱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북측을 자극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지난 1월 말 국경을 폐쇄하고 바이러스 유입 차단에 힘써 왔다. 그러나 3월 탈북민 커뮤니티에서는 김정은 정권 붕괴를 위해 북한에 보내는 페트병과 풍선, 전단 등에 코로나바이러스를 함께 넣어 보내자며 코로나19 환자들이 사용하는 물품을 구매한다는 내용이 공유됐다. 이에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9일 “세계적인 전염병 대란으로 지상ㆍ해상ㆍ공중을 전면 봉쇄한 시기에 온갖 오물들을 전연지대 상공으로 들이밀며 방역사업에 엄중한 장애를 조성한 것만도 격분할 일”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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