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터키 정상에는 휘둘리면서 75년 동맹국 지도자는 함부로 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외교 방식을 미국 CNN방송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렇게 평가했다. 12명이 넘는 백악관 관계자에게 얻은 통화 자료를 토대로 본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에는 '팀 아메리카(미국)'는 없었다. 긴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국가 정상 간 통화는 무게감 있는 외교활동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입맛대로 즉흥적인 말을 내뱉기 일쑤여서다. CNN은 이날 보도에서 앞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좌좌관이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폭로한 빈약한 트럼프 외교 실체를 더 구체적으로 전하면서 대통령 자격론에 불을 더 붙였다
트럼프식 전화 외교의 수혜자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꼽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많이 통화했던 국가 정상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분쟁에 대해 '무지한' 트럼프를 상대로 지난해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 철수 결정을 끌어냈다. 한 정보통은 CNN에서 "이 결정은 결국 터키가 시리아 쿠르드족에 본격적인 공세를 가할 수 있는 발판이 됐고 반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역할을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평가했다.
그런가 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는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호감을 표현하는 시간이었다.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푸틴이 서방 세계를 무너뜨린다고 말하는 그 자리에서조차 트럼프는 스스로가 푸틴이 존경할만한 사업가이자 강인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고 믿었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비통제 협상과 인권 문제에 관한 중요 사항이나 정책 전문지식은 무시한 채 그저 푸틴의 동의를 받기 위해 간청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표현했다.
반면 주요 동맹국인 영국과 독일의 여성 지도자를 향해선 비하 발언도 일삼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약하고 용기가 부족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는 "무뚝하다"고 비하했다는 것. 특히 메르켈 총리와의 통화 태도는 "일부 발언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례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에 반해 메르켈 총리는 마이동풍인 트럼프의 공격에 침착하게 소위 '팩트 체크'를 하며 맞섰다.
고위급 국가 안보 담당자들 사이에선 트럼프의 이런 태도가 미국 안보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생각이 퍼져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지난해 트럼프와의 불화로 사임한 댄 코츠 전 국가정보국장은 재임 중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협의가 미국 외교의 일관성을 해친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보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통화가 "언제나 개인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큰 그림을 볼 줄 모른다"고 비난했다.
이번 보도에 백악관은 반박하고 나섰다. 사라 매튜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무대에서 꾸준히 미국의 이이익을 추구한 세계적 수준의 협상가"라고 말했다.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협정(USMCA) 체결, 나토 동맹국들이 더 많은 분담금 유도 등을 그 성공 사례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