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중은행의 예금과 가계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기업대출 금리는 고금리 대출이 늘면서 소폭 반등해, 은행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예대금리차는 1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2020년 5월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5월 중 시중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는 연 1.07%를 기록했다. 지난달 기록한 역대 최저수준(1.20%)보다도 0.13%포인트 낮았다. 순수 저축성예금 금리가 정기예금 금리를 중심으로 0.15%포인트 하락한 연 1.07%를 기록했고, 양도성 예금증서 등 만기가 짧은 시장형 금융상품들도 금리가 연 1.05%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은행권 정기예금 가운데 금리가 0%대인 상품의 비중은 31.1%까지 늘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한 영향으로 0%대 금리의 정기예금 비중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금리 역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사들이 가계대출 금리를 책정할 때 기준 삼는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하면서다.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전달보다 0.08%포인트 내려 2.81%를 기록했다. 1996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다.
반대로 기업대출 금리는 0.06%포인트 오른 2.83%를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금리는 연 2.75%,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연 2.88%를 나타냈는데, 일부 대기업이 고금리 대출을 늘리고, 중소기업의 저금리 대출 비중이 줄이면서 평균 금리가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영향으로 가계와 기업을 합친 전체 대출금리는 연 2.82%를 기록해 전월대비 상승했다. 기업대출금리는 오르고 가계대출금리가 내려간 것은 일종의 키 맞추기에 가깝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4월에는 가계대출금리가 0.01%포인트 상승한 반면 기업대출금리가 0.17%포인트 떨어졌는데, 5월에는 이런 상황에 대한 조정이 이뤄진 것”이라며 “금년 중의 흐름을 보면 오히려 기업대출의 하락폭이 더 크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예대금리차(대출금리-저축성 수신금리 차이)는 지난달 1.75%로 4월보다 0.15%포인트 더 확대된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1.75%포인트는 연중 최고치이긴 하지만 예년 평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규 대출이 아닌 잔액 기준의 예대금리차는 2.12%포인트로 2009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