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나홀로 호황' 누린 반도체, 3분기 전망은 '글쎄'

입력
2020.06.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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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PC용 반도체 수요 늘어나며 2분기에도 호실적
3분기엔 재고 한계 도달… 스마트폰 시장 회복이 관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 경기 침체에도 우리나라 반도체업계가 올해 2분기 양호한 실적으로 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경제가 확대되면서 서버, 개인용컴퓨터(PC) 등의 반도체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3분기에는 서버용 반도체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스마트폰을 비롯해 상반기 부진했던 전자기기 시장이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반도체 호황' 지속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슈퍼사이클(수요 급증기·2016~18년)' 이후 지난해 부진했던 반도체 시장이 올해 상반기 뚜렷이 회복되는 양상이다. 주요 반도체 수요처인 스마트폰 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매출 급감을 겪었지만,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동영상·게임 콘텐츠 등 언택트 시장이 커지면서 서버와 PC에 장착되는 반도체 양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서버 집합 시설)를 운영하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의 2분기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주문량이 전 분기 대비 9%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생산 차질을 우려해 반도체 재고를 미리 확보하려는 선수요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덕분에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3.7% 감소한 5월에도 반도체 수출은 7.1% 늘었고, 이달 1~20일(+2.6%)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는 국내 양대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의 부진으로 2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반도체 담당 사업부(DS부문)만큼은 지난해보다 향상된 실적을 낼 걸로 보고 있다. 반도체 전문 회사인 SK하이닉스는 1년 전보다 2~3배 많은 영업이익을 거둘 거란 관측이 나온다. 두 회사와 함께 메모리반도체 '3강'으로 꼽히는 미국 마이크론은 이날 3~5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 회복 국면이 3분기 이후에도 이어질 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상반기 실적을 이끌었던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서버 업체들의 재고 포화로 둔화할 거란 분석이 제기된다. 페이스북은 3분기 서버용 메모리칩 주문량을 전 분기보다 2~3% 줄이고,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주문을 소폭 줄일 거란 구체적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우리 기업들의 실적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제 D램 고정가격(제조업체와 수요업체의 거래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현물가격(소매시장 가격)이 4월 초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 24일 기준 D램(DDR4 8Gb 기준) 현물가격은 2.804달러로, 전 고점(4월3일 3.637달러) 대비 23% 가까이 떨어졌다. 현물가격은 전체 반도체 거래량의 10% 안팎에 불과하지만, 시차를 두고 고정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 

관건은 상반기 부진했던 스마트폰용 반도체 수요가 되살아나느냐다. 시장에선 삼성전자,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의 신제품 출시 효과로 휴대폰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반도체 매출 감소를 상쇄할 거란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3월 중국에서 시작된 스마트폰 판매 회복세가 유럽, 미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며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반론도 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제조사의 모바일 D램 재고 수준이 높아 가격 상승(공급 확대)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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