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한 경쾌함…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13번

입력
2020.07.01 04:30
18면

편집자주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지만 막상 무슨 노래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 음악, 그 음악을 알려드립니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기 위해 신부를 만난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살리에리(1750~1825년). 자신을 소개하고자 직접 작곡한 곡들을 피아노로 연주했건만 신부는 "귀에 익은 곡이 아닌 것 같다"며 고개를 젓는다. "오페라만 40여개를 썼는데 내 작품 중 기억 나는 게 없느냐"고 다그쳐봐도 신부는 그저  난감하다는 표정 뿐.

살리에리가 "그럼 이건 어떻소?"하고 다른 곡을 연주한다. 

'레시솔(화음), 레ㆍ솔, 레ㆍ솔ㆍ레ㆍ솔ㆍ시ㆍ레'. 

그제서야 신부는 웃음을 머금은 채 다음 선율까지 흥얼거린다. "그건 알고 있어요. 아주 매혹적인 곡이죠!" 이윽고 돌아오는 슬픈 대답.

"내가 작곡한 게 아니오. 모차르트 작품이지."



고전 영화 '아마데우스'(1984년)의 한 장면이다. 살리에리는 궁정악장까지 지낼 정도로 나름 걸출한 음악가였으나, 언제나  모차르트의 천재성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음악에 무관심한 신부조차 알고 있는  모차르트 음악을 따라잡지 못했다.

이 장면에서 살리에리가 신부에게 들려준 모차르트 곡이 바로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Eine kleine Nachtmusikㆍ1781년)'. 모차르트가 살았던 18세기부터 지금까지, 클래식 장르를 통틀어 가장 유명하고 친숙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노래의 특징 중 하나는 멜로디는 아는데 제목이나 자세한 곡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란 독일어의 뜻 '작은 밤의 음악'이 어색하다면, 간단하게 저녁의 음악이란 의미에서 '세레나데(Serenade)'로 간주하면 된다.

세레나데 또한 우리에겐 '연인에게 부르는 구애의 노래'라는 의미로 각인되어 있지만, 원래는 '고전주의 시대 기악 협주곡'을 아우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저녁의 음악이라면 '야상곡'도 있지만, 모차르트의 곡은  발랄한 춤곡에 가깝다. 저녁에 열리는 파티용 음악이기 때문이다.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모차르트의 여러 세레나데 가운데 하나(13번)다. 13번은 제1ㆍ2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와 같은 현악기로만 구성된 소규모 협주곡이다. 주로 귀족의 연회나 식사자리를 장식하는 배경음악으로 연주되곤 했다.

13번은 4개 악장으로 돼 있다. 1악장 알레그로(Allegro)가 가장 널리 연주되고, 그 중에서도 도입부의 포르테가 유명하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가져다 쓰는  선율 대부분이 이 대목이어서 가장 널리 알려져있고, 친숙한 부분이다.  최근 공개된 NH농협생명의 보험광고에도 이 곡이 나온다. 선율에다 "보장 보장, 둘다 보~장"이란 광고문구를 올렸는데, 듣다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1악장 도입부가 너무 유명한 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몇마디만 기억하는 편이다. 하지만  천재 작곡가의 음악답게 전체 악장의 짜임새가 옹골차다. 1악장에서 큰 주제를 던진 뒤  각 악장들이 서로 대화하는 방식이다. 우아한  2ㆍ3악장을 지나면 다시 1악장처럼  경쾌한 4악장이  대칭을 이룬다. 4개 악장을 모두 들어도 10여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부담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류태형 클래식 평론가는 "정규 교향곡이 아닌, 가벼운 유흥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임에도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며 "기승전결을 따라가다 보면 오스트리아 빈의 화창한 풍경을 감상하며 작곡을 했을 법한 모차르트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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