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의 상임위원장 독점, 巨與 독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입력
2020.06.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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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원 구성 협상이 29일 최종 결렬되면서 21대 국회 전반기 18개 상임위원장을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가져갔다.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은 의석 수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관행이 자리 잡은 1988년 13대 국회 이후 32년 만이다. 민주당이 처음부터 상임위원장 독식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제1 야당 목소리가 의석수만큼 반영되지 않는 결과가 빚어져 거대 여당의 독주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협상 결렬은 결국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 당이 가져가자’는 중재안을 내놓았으나 역부족이었다. 미래통합당은 법사위원장을 전ㆍ후반 나눠 갖자고  절충안을 냈지만 민주당이 꿈쩍하지 않았다. 여야의 협상력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 책임 정치라는 명분만 내세운 채 체계ㆍ자구 심사권을 분리해 법사위 힘을 빼는 개혁 논의에는 눈을 감았다. 통합당도 야당 몫 상임위원장 포기 뜻을 밝히며 원내에 복귀하고선 정작 상임위 명단 제출은 질질 끌며 태업했다.

 단독 원 구성 강행은 민주당 주장대로 국회 정상 가동과 7월 3일이 시한인 3차 추경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상임위원장 독식은 양보와 타협이라는 국회 운영의 대전제가 깨졌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당이 혹시라도 176석 힘의 우위로 국회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국회는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좀 더 나은 공적 결정에 도달하기 위해 여야가 경쟁하고 타협하는 곳이다. 수적 우세를 믿고 야당을 원천 배제한 채 국회를 운영할 수는 없다.

 벌써부터 통합당은 일당독재에 맞서겠다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고, 민주당은 “지금부터는 결단하고 행동할 시간”이라며 제 갈길을 가고 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종되면 극한 대결만 남는다. 비정상적인 국회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다.  지금은 코로나19 경기 침체와 흔들리는 남북관계로 협치 필요성이 높은 때인 만큼 국정 책임을 진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통합당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통합당도 수권 야당이 되려면 국회가 공전하지 않도록 할 일은 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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