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의 창업자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족의 지분을 회사에 헌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스타항공 임금 체불 등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를 풀어나가기 위한 결정이지만 의도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인수 논의 중단의 핵심 원인은 250억원 규모의 체불 임금을 어느 쪽이 부담하느냐인데, 헌납한 지분은 양측의 거래 대상일 뿐 이 문제를 해결할 재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최근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싸고 편법 승계 및 불투명한 자금 조달, 매각 차익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이 의원 측이 별다른 실효성이 없는 지분 헌납을 통해 이를 무마하려 한다는 의심도 제기된다.
이 의원은 제주항공과의 인수 계약 종결 시점으로 알려진 29일 이스타항공의 기자회견을 통해 가족의 지분을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입장문만 공개하고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이 대독한 입장문 서두에서 "직원들의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서는 창업자로서 매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과정과 절차는 적법했고, 관련 세금도 정상적으로 납부했다"고 말했다. 2015년 자본금 3,000만원으로 창업한 이스타홀딩스가 1년도 안 돼 최소 100억원, 최대 200억원으로 추정되는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을 마련한 배경이 석연찮다는 의혹을 해명한 것이다.
이어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창업자로서 가족회의를 열어 가족들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딸 이수지(31) 이스타홀딩스 대표 겸 이스타항공 상무가 33.3%, 아들 이원준(21)씨가 66.7%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지분 38.6%의 가치는 4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 이 의원 일가가 막대한 매각 차익을 거두게 될 거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이스타항공 측은 창업자가 지분을 헌납했으니 제주항공이 적극적으로 인수 작업에 임해 달라는 입장이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성명서에서 "당초 내걸었던 M&A 약속을 확실하게 이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최 대표는 먼저 "이상직 이스타항공 창업자와 가족들의 통큰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대주주가 회사를 포기하고 헌납까지 하게 된 상황에서 회사를 대표해 송구함과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항공과 M&A를 진행함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정부 지원을 받을 자격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 된다면 제주항공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인 만큼 금명간 인수에 대한 확실한 의사를 표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번 지분 헌납 결정 때문에 제주항공이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 입장에선 매각 대금을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받으나 (지분을 헌납 받은)이스타항공이 받으나 다를 게 없다"며 "250억원의 체불 임금 중 이스타항공이 책임지겠다고 한 11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140억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상황은 똑같다"고 말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직원들에게 140억원의 체불 임금에 대해 사실상 포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