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 권력 지위인 현 위원장 직에 추대된 지 29일로 4년을 맞았다. 하지만 핵을 보유하는 동시에 경제 강국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던 '김정은 체제' 경제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유증이 겹치면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눈부신 우리 태양'이라는 제목의 정론을 통해 "태양은 오직 태양만이 대신할 수 있는 법"이라며 김 위원장을 칭송했다. 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직 추대 4주년을 맞아 업적과 애민 정신을 띄우며 내부 결속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북한 당국이 이를 기념하는 각종 행사 보도는 없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와 현재 김 위원장이 내세울 만한 경제 성과가 없다는 점이 대대적 행사를 자제한 배경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2011년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올랐다. 이후로도 한동안 국방위원회가 국가 운영을 주도하며 기형적 통치 행태를 유지했다. 그러다 2016년 6월 29일 국무위원회를 신설하고 김 위원장이 위원장 직을 맡으면서 당이 국가를 지도하는 현 체제를 갖췄다.
김 위원장은 국무위원장에 오른 2016년을 기점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경제 발전의 청사진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경제 개혁(시장화)과 개방(경제개발구역 활성화)을 목표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한 게 대표적이다.
4년간의 북한 경제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는 평가다.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중국과의 교역 활성화 덕분에 2016년 3.9%까지 올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거듭된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강화된 대북제재가 적용된 2017년(-3.5%) 이후 크게 둔화됐다.
특히 북한의 주요 수출품목(석탄, 직물, 철광석, 수산물, 편물류) 수출 비중은 2012~2017년 65% 수준에서 2018년 0.7%, 2019년 0.5%로 뚝 떨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7년 이후 회원국들의 북한산 완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등 대북제재의 강도를 크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북한의 허약한 경제 구조 실상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무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북중 국경을 1월 말부터 봉쇄하자 국가 경제 전체가 위기 상황이다. 원자재를 외화로 구입해야 하는 국가기업소 대부분의 운영이 중단됐고, 물품 부족으로 장마당 운영도 어려워졌다. 실제 북중 간 올해 5월 수출입 규모는 6,331만5,000달러(약765억원)로, 지난해 같은 달(3,329억원) 대비 77%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위원장의 경제 발전 청사진은 '공허한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매우 미약한 상황인데 기존의 자력갱생이나 정면돌파전 노선을 고수하면 북한 경제가 표류할 것"이라며 "북한이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남북한 경제협력 등 보다 과감한 시장 개혁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