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완의 9988] 골절 예방·우울증 치료... 호르몬 요법, 폐경 초기에 실시하면 실보다 득이 커

입력
2020.07.0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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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되면서 폐경기 증상 치료를 위한 단기 호르몬 대체요법은 큰 논란없이 사용됐다. 그러나 1990년대 초부터 진행된 미 국립보건원의 여성건강이니셔티브(WHIㆍWoman’s Health Initiative) 임상 연구에서 폐경기 여성에 대한 호르몬 치료 후 유방암과 뇌졸중 발생이 증가했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이에 따라 호르몬 대체 요법의 득과 실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여성은 폐경기 초기 얼굴이 화끈거리고 달아오르며 식은 땀이 흐르는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후 콜라겐 감소로 인해 피부가 얇아지고 탄력이 줄어 부부관계 시 통증을 느낄 수도 있다. 게다가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이 진행되며 골절의 위험도 증가한다. 즉 폐경은 노년기 여성 삶의 질과 자존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우울증과 같은 정서적 증상과 인지기능의 저하 등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처럼 여성 호르몬 대체요법은 폐경기 이후 증상에 효과가 있었지만 암 발생에 대한 공포가 커지며 사용을 점점 주저하게 됐다. 그러나 이후 연구에서 다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르몬 치료는 주로 60세 이상이나 폐경 10년 이후 여성에게 사용할 때 위험이 있었고 폐경 초기엔 오히려 이득이 많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폐경기 여성에게 맞춤형 호르몬 대체요법은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 물론 자궁내막암과 유방암의 위험은 증가한다. 그러나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은 유방암 위험을 올리지 않고 오히려 감소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정맥혈전증도 주로 나이든 비만 여성만 유의하면 되고 뇌졸중 위험도 대부분 초기에 국한돼 있다. 적절한 호르몬 대체요법은 폐경기 여성 삶의 질을 올리고 우울이나 불안 같은 심리적인 증상에도 효과가 있다. 대장암과 직장암을 예방하며 골다공증에 효과가 있고 골절을 예방한다는 연구도 없잖다.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예방 효과를 보고하는 다수의 연구 결과들도 있다. 치매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지만 아직 대규모 임상연구로 검증되진 않았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여성이라면 폐경기 후 40년 이상 살아야 할 수도 있다. 호르몬 치료를 폐경 초기부터 사용하되 정기적인 평가와 검사를 병행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장기적 사용이 더 효과적이다. 치료 기간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대표적인 노인 질환인 골절, 관상동맥질환 그리고 치매를 예방하고 사망률까지 낮출 수 있다면 적극적인 개인 맞춤형 호르몬 치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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