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ㆍ군인ㆍ택배원 등 위험직군도 보험 가입 쉬워진다

입력
2020.06.2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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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불합리한 보험약관 개선
"특정 직업 이유로 차별 당하는 것"


앞으로 보험사가 소방공무원, 군인, 택배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험 가입을 거절하지 못한다. 2017년 국가권익위원회가 “평등권을 제한하는 차별”이라고 판단한 지 3년 가까이 돼서야 이들의 권리가 제도권에 받아들여진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29일 이 같은 내용의 '보험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불합리한 보험약관 개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최근 발생한 민원ㆍ분쟁 사례를 분석한 결과, 보험소비자에게 불합리한 보험약관 조항이 포착돼 표준약관 및 표준사업방법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소방공무원, 군인, 택배원 등 일부 직업군에 대한 보험가입 거절을 못하게 된다. 지금까지 일부 보험사는 소방공무원 등에 대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절했는데,  이를 두고  특정 직업 차별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앞서 국가권익위원회는 2017년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직업을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절하는 건 헌법상 평등권을 제한하는 차별이라고 판단해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금감원이 행동에 나선 건 지난 3월 통과한 금융소비자보호법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금융소비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도 근거 없이 특정 직업의 보험가입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표준사업방법서에 근거를 마련했다. 이 안건은 사전 예고 기간을 거쳐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한 후 이르면 다음 달 중 시행된다.

질병으로 입원했을 경우 지급되는 입원보험금 기준도 바뀐다. 여러 질병으로 입원하면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주된 질병(주상병) 하나를 골라내, 해당 질병을 기준으로 입원보험금이 나왔다. 통상 보험금이 더 싼 질병이 주된 질병으로 선택돼 보험소비자 혜택이 줄어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금감원은 2가지 이상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면 주상병을 고르지 않게 했다. 여러 질병 중 가장 높은 입원보험금이 책정돼 있는 질병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쪽으로 보험 특약을 개정하라고 보험협회에 권고했다.

또 앞으로 생명보험사는 소비자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을 해지할 때 해지 이유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소비자의 고지의무는 보험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꼭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지의무에 해당하는 정보 범위가 애매하고, 보험사에서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아 분쟁이 자주 발생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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