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잔뜩 긴장할 만한 기록이다. 지금껏 유튜브에 공개된 전 세계 뮤직비디오 가운데 가장 빨리 1억뷰를 돌파했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톱50’ 차트에서 K팝 최고 기록인 2위에 올랐다. 두 부문 모두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s With Luv)’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주인이 바뀌었다.
방탄의 기록을 갈아치운 건 여성 4인조 그룹 블랙핑크. 블랙핑크가 1년 2개월 만에 내놓은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바람이 뜨겁다.
26일 처음 공개된 이 3분짜리 노래는 단 하루 만에 세계 60개국 아이튠즈 차트 1위에 올랐다. 국내 여성그룹 사상 최고 기록이다. 멜론, 지니, 벅스, 플로 등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도 발매 직후 1위에 오른 뒤 29일 오후 기준 정상을 지키고 있다.
블랙핑크는 이 노래를 통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보란 듯이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초반에는 ‘보란 듯이 무너졌어 / 바닥을 뚫고 저 지하까지’라며 절망적인 상황을 노래하다가 감정을 한껏 끌어올린 뒤 ‘드롭(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장르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절정의 순간에 리듬을 갑자기 전환하는 것)’ 부분에선 강렬한 힙합 비트와 함께 돌변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얌전하다가도 공격할 때는 날카로워지는 고양이 같은 곡”이라던 블랙핑크 멤버 로제의 설명 그대로다. 지수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며 “어둡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 용기, 자신감을 잃지 않게 하려는 마음을 담아 노래했다”고 말했다.
이 곡은 9월 발매될 블랙핑크의 첫 정규 앨범의 선공개 곡이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작곡가인 테디가 썼다. ‘하우 유 라이크 댓’이 화제는 모으자, 2018년 곡 ‘뚜두뚜두’도 덩달아 조회수가 크게 늘었다. 그 덕에 '뚜두뚜두'는 K팝 그룹의 곡 중 처음으로 유튜브 조회수 12억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블랙핑크의 이번 신곡은 우려곡절 끝에 나왔다. YG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양현석 전 대표프로듀서가 각종 범죄 의혹에 연루되면서 소속사에 큰 위기가 찾아온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장기화돼서다. 블랙핑크도 정규앨범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힘을 잃던 참이었다. 그 위기를 레이디 가가와 함께한 ‘사워 캔디(Sour Candy)’로, 뒤 이은 ‘하우 유 라이트 댓’으로 돌파한 것이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대체로 K팝 그룹의 긴 공백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데 블랙핑크는 오히려 기대를 높이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팬들에게 익숙한 YG 사운드를 이어가는 한편 카리스마 넘치고 럭셔리한 이미지로 젊은 층의 워너비로 자리매김한 게 인기의 주된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K팝 그룹 중 블랙핑크와 방탄소년단은 유튜브 조회수의 상당 부분이 서구권에서 나오는 글로벌형”이라며 “팬덤이 강한 방탄소년단에 비해 대중성이 강한 블랙핑크는 멤버들 대부분이 영어가 능통해 전 세계 팬들을 아우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