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흔히 산업의 ’핏줄‘로 비유된다. 전기가 흐르지 않으면 사람 몸에 피가 흐르지 않는 것과 같다. 이렇듯 중요한 전기가 발전소에서 변전소를 거쳐 어떻게 집이나 회사로 오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안전하게 전기를 운반하는 각종 전력 설비 덕에 우리는 편리하게 전기를 쓸 수 있다.
경기 평택시에 있는 동우전기는 전력 설비 중 하나인 송배전 기기를 만드는 기업으로 1989년 창업해 계기용변성기를 비롯한 각종 절연물 등을 차례차례 국산화했다.
전기는 발전, 송전(발전소→변전소), 배전(변전소→가정ㆍ회사)의 방식으로 수요자에게 전달된다. 이 중 배전 단계에서 2만2,900볼트(V)의 고전압을 가정이나 회사에서 쓸 수 있도록 낮춰주는 기기가 계기용변성기로 전력 공급의 필수 제품이다. 동우전기의 회사소개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움직인다‘는 경영 철학이 굵은 글씨로 강조돼 있다.
김평중(63) 대표가 31년 전 동우전기를 창업할 당시 국내 계기용변성기 환경은 크게 낙후돼있었다. 김 대표는 “수입 제품이 대부분이었고 국내 제품은 고작해야 외국 제품의 ’카피(복사)‘ 수준이었다”고 돌아봤다. 검증된 외산 제품만 쓰려는 전기 업체들의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하는 건 무모해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동우전기는 창업 2년 만인 1991년 계기용변성기 개발에 성공했고 이후 계측기와 에폭시 몰드로 만든 친환경 절연물 등을 내놓으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갔다. 동우전기는 한국전력과 LS, 효성 등 국내 기업은 물론 미국, 일본, 동남아 등 20여개의 외국 기업과 현재 거래 중이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도축장 옆 손바닥만한 공장에서 3명의 직원을 데리고 문을 연 동우전기는 지금은 연 매출 550억원에 직원 270여 명이 근무하는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동우전기는 2016년 경기 평택에 부지 2만9,752㎡(9,000평) 규모의 새 공장을 준공했다. 생산 품목별로 독립적인 구조를 갖추도록 설계된 이 공장으로 옮긴 뒤 동우전기의 생산능력은 크게 향상됐다. 김 대표는 “회사가 외형적으로 성장한 것도 뿌듯하지만 무엇보다 고객사의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동우전기가 30년 넘게 국내 송배전 기기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는 꾸준한 기술 개발이다. 동우전기는 2002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오래 전부터 연구개발(R&D)에 많은 신경을 썼다. 최근에는 ’사회적 책임‘ ’소비자의 요구‘ ’친환경‘ 등 3가지에 초점을 맞춰 R&D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술의 차별화 없이는 중소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연구원들과도 회사의 청사진을 적극 공유하고 회사와 연구원은 동반 성장하는 관계라는 걸 늘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우전기는 최근 또 한 번의 쾌거를 썼다. 순수 국내 기술로 170킬로볼트(kV)급 가스절연 개폐장치(GIS)용 초고압 변성기를 개발한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 독일 등에서만 전량 수입해오던 제품인데 동우전기가 4년 넘게 노력한 끝에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했다. 30년 넘게 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축적해 온 전문성이 뒷받침됐다. 동우전기와 한국전력은 곧 전남 나주 변전소에서 이 제품의 검증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올해는 신제품 출시와 더불어 기존 절연물, 변성기 등 주력 상품을 강화해 해외 시장을 더 적극 공략할 것”이라며 “동우전기의 제품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최고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