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G7 틀 자체 유지하는게 중요" … 한국 참여에 딴지

입력
2020.06.2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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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친북ㆍ친중 성향'을 문제 삼아
트럼프 확대 구상에 반대 의사 표명



주요7개국(G7·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정상회의에 한국을 참여시키겠다고 미국이 공언했지만, 일본이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G7 정상회의를 확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에 불만을 품은 유럽 회원국들의 갈등이 일본을 매개로 터져 나온 것이다. 자칫 한국이 '환대받지 못하는 손님' 신세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28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G7 정상회의를 확대해 한국을 참여시키는 미국의 구상에 대해 일본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정권이 남북화해를 우선시하며 친중국 성향을 보이고 있는 점을 일본이 문제 삼았다는 것이 보도 내용이다. 일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G7에 한국, 러시아, 인도, 호주를 참여시키겠다고 발표한 직후 이 같은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장관은 이날NHK 방송에 출연해 "아웃리치(공식 회원국이 아닌 초청국)로서 어느 나라를 초청하느냐는 의장국(올해는 미국)이 결정하는 것"이라면서도 "G7의 틀 자체는 유지해 나가는 게 중요하며, 그게 (G7 회원국들의) 컨공감대"라고 밝혔다. 회원국들이 정상회의 확대를 원치 않고 있다는 우회적 메시지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친북한ㆍ친중국 성향을 문제 삼고 있다. 한국 등 우방국을 참여시켜 G7을 반(反)중국 연합체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당초 전략이었다. 이에 '한국을 참여시키면 미국 구상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우리 정부는 공식 대응을 자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 차원에서 낼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확인되지 않은 언론 보도에 대해 하나하나 언급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그러나 정부 속내는 복잡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한국의 G7 참여를 일본이 반길 리 없다는 건 당연하지만, 반대하는 입장을 표출한다는 건 다른 문제로, 우려스럽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G7 확대 요구에 떨떠름해하는 다른 회원국들과 한국 참여를 반대하는 일본이 한 목소리를 내면 한국의 순탄한 G7 입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올해 9월 열리는 G7 정상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다른 회원국들도 러시아 참여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상태다. 겨냥하는 대상국은 다르지만, 유럽·캐나다와 일본이 'G7 확대 반대'에 공감대를 형성한 셈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서방 선진국 중심의 G7은 당초부터 배타성이 강한 그룹"이라면서 "7개국 만장일치의 컨센서스(동의) 절차를 건너뛰고 정상회의를 확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지율을 '한국 때리기'로 만회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며 "한국이 맞불을 놓을 경우 일본의 전략에 휘말리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일본이 한국의 G7 참여를 반대하는 데 대해 "국내 정치용 혐한 정치"라고 비판했다.



조영빈 기자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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