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대 국회에서 무산된 소위 '후보 단일화 금지법'을 21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총ㆍ대선 등 주요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후보 단일화로 사퇴한 후보에게 투표해 발생하는 '사표ㆍ무효표'를 막겠다는 게 핵심 취지다. 그러나 선관위가 정당과 후보자의 정치활동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측면도 있어 최종 성사여부는 미지수다.
28일 선관위에 따르면 선관위는 최근 국회에 제출할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2016년 6월과 8월에 낸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 40건 중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22건의 추진 여부를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 이 중에서 적지 않은 내용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선관위 설명이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조항은 총선과 대선 후보자의 사퇴 시한을 후보자 등록 마감 이전으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등에서는 후보자의 사퇴 시한 규정이 없다. 하지만 선관위는 선거일에 임박해 이뤄지는 단일화가 유권자들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고, 사표를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 20대 국회 때도 이를 추진했다. 지난 4ㆍ15 총선에서도 사전투표 전날인 4월 9일 서울 동대문을 선거에서 민병두 무소속 후보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하차했던 게 대표적이다. 장 후보가 민주당 출신의 민 후보와 사실상의 단일화를 이뤄내면서, 이혜훈 통합당 후보까지 3파전 양상으로 진행되던 선거 구도가 바뀌었고, 결국 이겼다. 하지만 이미 투표용지 제작이 끝난 상황이라 민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의 표는 무효표가 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런 법이 현실화할 경우 단일화라는 정상적인 정치행태를 봉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20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활동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당 간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어려울 것"이라며 "선거에 제약이 많아져 선거운동은 더욱 힘들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관계자도 "단일화도 엄연한 정치행위로 판단은 유권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선관위 관계자도 이날 "지난 21대 총선에선 후보 단일화가 선거 이슈로 뜨지 못했다. 바뀐 선거 분위기도 고려해 다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전문가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이르면 오는 10월쯤 개정 의견 초안을 낼 예정이다.
한편 선관위는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에 감염병 등 비상상황 발생 시 대책도 담기로 했다. 4ㆍ15 총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부 재외국민 선거가 중지됐기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도 참정권이 피해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