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장관이 감찰 관여, 재판장이 수사 개입하는 꼴” 부글부글

입력
2020.06.2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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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법무 ‘한명숙 건’ 지휘권 행사 “청구-의결 분리 법 취지 어긋나” 전례 없는 사태 내부 비판 목소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을 대검 감찰부가 총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검찰 내부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장관이 구체적 감찰사건에 대해 담당 부서를 정하는 등 지시를 내리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징계 청구권은 총장에, 징계 결정권은 장관 등으로 분리해 놓은 검사징계법 취지에 어긋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은 지난 25일 한 전 총리 사건을 대검찰청 감찰부에서 담당하라고 지시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 인권부에서 총괄하도록 변경했다면서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고 비난했다. 구체적 사건의 총괄을 지정하는 지휘권을 발동했지만 윤 총장이 거역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이 구체적 사건의 감찰에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많다. 징계를 결정하는 최종 의결권자가 장관인 만큼 징계 전 단계인 감찰에 관여하는 것은 재판장이 수사에 관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실제 검사징계법은 총장을 검사에 대한 징계의 청구권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징계 의결은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인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징계위 위원도 △법무부차관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 △장관이 변호사, 법학교수 및 학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자 가운데 위촉한 각 1명 등 장관에 의해 구성된다. 징계의 청구와 의결이라는 권한이 분리돼 서로 견제하는 구조인 셈이다. 

법 취지에 따라 그 동안 법무부는 구체적 사건에 대한 감찰을 지시 또는 지휘한 적이 없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민원이나 진정이 접수되면 이를 기관 간 이첩 형식으로 넘길 뿐, 배당이나 사건 처리에 법무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대검 감찰부는 지난해 말 한 시민단체가 감찰을 요청한 의혹 사건과 관련한 지시를 당시 조국 전 장관이 내리자, 실무진 논의를 거쳐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시는 부적절하다"고 되돌려 보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 부서 경험이 있는 한 검사는 "형사사건에서 수사와 기소를 검사가 하고 판사가 판결을 하듯이, 감찰사건에서도 총장과 장관의 역할이 구분돼 있다"며 "징계를 의결해야 할 장관이 일선 감찰에 관여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 총리 사건의 인권부 재지정만 콕 찍어 문제 삼는 것 또한 비판 대상이다. 대검 비공개 예규인 '검찰 인권침해 사건 조사 및 처리 등에 관한 지침'은 '법무부 등 다른 국가기관에서 검찰업무 관련 인권침해를 이유로 이첩한 사건' 등을 인권부 대상사건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찰부로 접수된 진정사건 가운데 2019년 9건, 2020년 7건 등 16건은 인권부로 재지정돼 처리됐다. 

하지만 법무부는 추 장관의 지시나 지휘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진정사건은 법무부에 최초 접수됐고 검사비위 감찰사안으로 보아 감찰부로 이첩한 것인데, 대검이 이를 제보자의 인권문제로 전환시켰다"며 "장관은 부당한 사건 처리 절차를 바로잡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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