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은 어떻게 중고나라의 아성을 위협하게 됐을까

입력
2020.06.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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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직접 낚아 올린 80㎝짜리 자연산 참돔 판매합니다"

"김장김치 한 포기당 1,000원에 이웃들께 드립니다"

"집 안에 있는 벌레를 아파트 현관 1층 밖으로 꺼내주실 분 구합니다"

동네 사랑방 게시판이 아니다. 요즘 가장 '핫'하다는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서 볼 수 있는 '거래 물품'이다. 한때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가 독주하던 중고거래 시장에서 서비스 시작 5년 만에 월간 실 이용자 수(MAU) 800만명을 끌어모으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당근마켓은 어떻게 소비자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이름이 말하듯, 당근마켓은 거주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가 카카오 재직 시절 접한 사내 거래 게시판에서 영감을 얻어 2015년 7월 창업한 이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용인시 수지구 등으로 천천히 사업 범위를 넓혀가다가 2018년 1월부터 전국 단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본격적인 성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2018년 8월만 해도 100만명 수준이었던 당근마켓 MAU는 1년도 되지 않아 3배로 늘어났고, 그로부터 11개월이 지난 올해 4월엔 700만명을 넘겼다. 현재 국내 중고거래 앱 중에서는 독보적인 1위, 커머스 앱 중에선 쿠팡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당근마켓의 가장 큰 장점은 '동네 기반 직거래'에서 오는 신뢰다. 최근 시장 브랜드 조사 결과 당근마켓은 만족도, 선호도, 타인추천의향 등 모든 지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신뢰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인 '소비자만족도(85.2%)'와 '타인추천의향(88.9%)' 지표에서 압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GPS 기반 지역 인증 후 거주지 기준 반경 2~6㎞ 안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제한한 당근마켓의 '뚝심'이 높은 소비자 신뢰로 돌아온 셈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동네 이웃과의 직거래가 중심이 되면서 믿을 수 있는 중고 거래 서비스로 입소문을 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직거래 시스템은 중고 거래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사기 피해의 가능성을 현저히 낮췄다. 기존 중고 거래의 기본 형태였던 택배 거래의 경우 약속된 물건 대신 벽돌·오물 등을 넣어 보낸다거나 돈만 받고 연락두절이 되는 등의 위험이 높았다. 반면 당근마켓의 경우 같은 동네에서 당사자 얼굴을 직접 보고 물건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특히 3040 여성들의 호응이 높다. 소위 '업자'라고 불리는 전국 단위 전문판매업자 거래를 방지한 것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근마켓 측은 "개인간 거래가 당근마켓의 원칙"이라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재기나 되팔기를 시도하는 '꾼'들을 걸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당근마켓이 꿈꾸는 것은 '맘카페'를 뛰어넘는 지역 커뮤니티다. 실제로 당근마켓에는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는다는 글부터 동네 주차 장소를 빌려달라는 글, 벌레를 잡아달라는 글까지 기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찾기 어려운 동네 기반의 요청들도 올라오고 있다. 최근 당근마켓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동네생활'의 경우, 동네 숨은 맛집이나 믿을 만한 병원, 맛있는 반찬가게 등을 소소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당근마켓이 점차 자신이 사는 지역의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지역 생활 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중고거래 서비스를 넘어 개인화된 사회에서 가까운 이웃 간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는 동네 생활 플랫폼,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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