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은 돌렸지만 긴장감은 여전했다. 26일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린 직후 사내 분위기는 그랬다.
검찰이 기소를 강행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인 건 고무적이지만 수사심의위 권고에 강제력이 없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장담하긴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도 부담으로 남아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제 겨우 한 고비 넘은 셈이다"며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닌 데다 미ㆍ중 무역분쟁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 위기까지 대내외적인 환경이 불확실한 게 현실이다"고 전했다.
26일 삼성과 재계 등에 따르면 불기소 권고를 끌어내는 데 성공한 삼성으로선 수사심의위 권고대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불기소 권고로 지금까지 검찰이 유죄를 예단하고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해 왔다는 삼성의 논리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다만 검찰이 기소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현재 삼성은 사법리스크 해소에만 목을 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미ㆍ중 간 충돌 속에서 균형점을 찾으면서도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고, 한ㆍ일 통상마찰로 인한 일본의 추가 수출 규제 움직임에 반도체 소재 및 장비 수급 대응전략도 수립해야 하는 등 앞에 놓인 과제가 산적하다. 재계에선 세계 경제 질서가 급변하는 상황을 강조하면서 이 부회장의 역할론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삼성이 지속적으로 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아직 불기소 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은 준법경영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경영 위기로 총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계속 소구하는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5월 6일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 경영권 승계 가능성 배제, 시민사회와 적극 소통, 무노조 경영 폐지 등을 선언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를 통해 구체적 경영 개선방식을 발표하는 등 이 부회장이 이끄는 '뉴삼성' 구현에 속도를 올려 왔다.
재계 관계자는 "불기소 권고를 검찰이 수용해 이 부회장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경영을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면, 장기간 중단됐던 대형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 집행 계획,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계획) 수립을 위한 경영진 연쇄 회동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