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염경엽 감독, SK "의식은 약간 있다"

입력
2020.06.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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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52) SK 감독이 경기 중 갑자기 쓰러졌다.

염경엽 감독은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더블헤더 1차전 도중 구급차에 실려 인천 길병원으로 이동했다. 프로야구 경기 중 사령탑이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 구단 관계자는 “약간 의식은 있는 상태”라며 “병원에서 바로 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긴급 상황은 2회초 종료 후 공수 교대 시간에 발생했다. 염 감독은 2회초 두산 공격이 끝나는 시점에 더그아웃에서 쓰러졌다. 화들짝 놀란 상대 팀 김태형 두산 감독이 SK 더그아웃으로 달려갈 정도였고, 양 팀 선수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염 감독은 올해 9위에 처진 팀 성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시즌 초반 10연패를 겪었고, 최근 7연패 중이었다. 평소 식사량이 적었는데, 최근엔 더욱 줄었다. 연패 기간엔 잠 못 드는 밤도 많았고,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 때도 “야구가 정말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SK는 이날 더블헤더 1차전도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1회초에 먼저 3점을 내준 뒤 1회말 3점 동점을 만들었지만 2회초에 다시 3점을 내주는 등 두산에 끌려갔다. 그 상황에서 염 감독은 쓰러졌고, SK는 박경완 수석코치 체제로 경기를 치렀다.

단 10명만 선택 받는 프로야구 감독직은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이지만 그 만큼 성적에 대한 압박감도 따른다. 염 감독 전에도 시즌 중 건강 이상 증세를 호소한 감독들이 있었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7년 NC를 이끌던 김경문 감독이 7월28일 KT전을 앞두고 급체와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향했다.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김 감독은 입원 및 휴식을 취하고 8월초 현장에 복귀했다.

그 해 8월 20일 두산-KT전을 앞두고는 김태형 두산 감독이 복통을 호소해 병원 진단을 받았고 게실염 소견을 들었다.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은 2016시즌 초반 경기 중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향한 적이 있다. 김성근 전 감독은 같은 해 허리 통증으로도 며칠간 병원에 입원했다.

과거에는 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2001년 김명석 롯데 감독은 휴식일인 7월 24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1997시즌엔 백인천 삼성 감독이 뇌출혈 치료로 시즌 중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고,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은 2004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이후 다리를 저는 후유증이 생겼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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