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의 한 유치원에서 급식을 먹은 아이들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인 가운데 이중 14명이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햄버거병)’ 의심 증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경기도와 안산시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안산 A유치원에서 식중독 증상을 보여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31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A유치원 원생들이다.
입원 환자 중 14명은 장출혈성 대장균으로 인한 합병증 중 하나인 일명 ‘햄버거병’ 의심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중 신장기능 등이 나빠져 상태가 위중한 5명은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17명은 ‘햄버거병’ 의심 증세는 없으나 설사, 복통, 발열 등의 증세로 입원 중이다.
A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보고된 것은 지난 16일이다. 당시 4명이던 환자가 다음날인 17일 10명이 추가되는 등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보건당국은 등은 역학조사 및 방역 조치에 나섰으며, 원아 184명과 교직원 18명 등 202명에 대해 전수 검사를 실시했다. 가족 58명과 식자재 납품업체 직원 3명 등 84명의 관련자에 대해서도 검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원아 42명과 교사 1명으로부터 장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됐으며, 147명은 음성 판정이 나왔다. 96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A유치원은 지난 19일부터 이달 30일까지 폐쇄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경기도 관계자는 “사안이 시급하다고 판단, 질병관리본부와 협조체계를 구축해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며 “추가 감염을 차단하고 감염 원인 분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용혈성 요독 증후군은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의 합병증으로 1982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됐다. 미국 오리건주 햄버거 가게에서 오염된 쇠고기, 분쇄육이 들어간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수십 명이 집단 감염됐다. 지금까지도 매년 환자 2만명이 발생하고 200명 이상이 사망해 ‘햄버거병’으로 불린다.
햄버거병은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된 고기를 먹을 때 주로 발생한다. 특히 햄버거에 들어가는 소고기가 덜 조리됐거나, 가축 도살 과정에서 분변을 통해 오염될 수 있고, 고기를 갈면 고기 속에 대장균이 섞일 때도 있다. 덜 익힌 고기 외에도 멸균되지 않은 우유ㆍ주스ㆍ균에 오염된 채소 등을 먹어도 걸릴 수 있다.
설사를 시작한 지 1주일 뒤 햄버거병이 생길 수 있다. 즉, 1주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오줌량이 줄고 급격한 빈혈로 얼굴이 창백해지면 몸에 출혈에 의한 자반증이 생긴다. 동시에 몸이 붓고 혈압이 높아지며 심하면 경련이나 혼수 등이 나타난다.
안요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장출혈성 대장균은 가열하면 사라지므로 감염 우려가 있는 음식은 제대로 익혀 먹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여름철 어린이에게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 주로 생기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