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판 구하라 사건’ 생모... “양육비 7700만원 지급하겠다”

입력
2020.06.25 15:05
항고 포기, 전 남편과 합의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1억원에 가까운 유족급여 등을 챙긴 생모가 두 딸을 홀로 키워왔던 전 남편에게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생모는 최근 항고를 포기하고 변호사를 통해 전 남편과 합의서를 작성했다. 양측이 합의하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이른바 ‘전북판 구하라’ 사건은 일단락됐다.


순직한 소방관의 아버지 A(63)씨 편에서 전 부인 B(65)씨를 상대로 한 양육비 청구 소송을 맡은 강신무 변호사는 25일 “B씨가 항고를 포기하고 최근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합의서에는 B씨가 A씨에게 6월 28일까지 4,00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3,700만원은 5년간 매달 61만7,000원씩 지급하게 돼 있다. B씨가 약속한 시점까지 4,000만원을 지급하지 않거나 매달 보내는 돈을 두 차례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이번 합의를 무효로 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2일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 홍승모 판사는 B씨는 A씨에게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남편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부모는 미성년자인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다”며 “A씨는 상대방 B씨와 1988년 이혼 무렵부터 자녀들이 성년에 이르기까지 단독으로 양육했고 B씨는 A씨에게 양육비를 지급한 적이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수도권 한 소방서에서 일하던 자신의 딸(사망 당시 32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32년 동안 연락도 없이 지내던 생모 B씨가 갑자기 나타나 유족급여와 사망급여 등 8,000만원이 넘는 돈을 챙겨가자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1988년 이혼한 뒤 단 한 차례도 가족과 만나지 않았고 딸 장례식장에도 찾아오지 않은 데다 부모로서 어떠한 역할도 없었다는 이유였다. A씨는 B씨와 갈라선 이후 배추ㆍ수박 장사 등 노점상을 운영하며 어렵게 어린 딸들을 양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는 A씨 딸이 소방관 업무 과정에서 얻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을 앓다가 세상을 뜬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해 11월 A씨가 청구한 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의결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비슷한 시점에 이를 B씨에게 알리면서 돈이 지급됐다. B씨는 공무원재해보상법 등에 따라 순직유족급여 6,000만원과 일반사망급여 1,400만원, 순직유족연금 월 91만원씩 5개월분 등 8,1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최근 논란이 된 가수 고(故) 구하라씨 유산을 둘러싼 구씨 오빠와 친모 사이의 법적 다툼의 연장선에서 주목을 받았다. 가수 구하라씨가 사망한 뒤 20여년 전 집을 떠난 친모가 나타나 딸 재산의 절반을 요구하자 친오빠 구호인씨가 지난 3월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한 어머니는 상속 자격이 없다"며 국회에 입법 청원을 올렸다. 이 입법청원은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로 넘겨졌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20대 국회 마지막 회의인 지난 20일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서 불발됐다.


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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