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에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대신 인하한 채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중과세’가 아니냐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투자를 하다 손해를 봐도 여전히 세금을 내야하는데, 수익을 낸 사람에 대해서도 과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 납부 대상을 늘리는 대신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장기 보유자에 대한 혜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2023년부터 매매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전면 도입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는 폐지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인하(현행 0.25%에서 2023년까지 0.1%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거래세를 폐지하지 않은 데 대한 시장의 불만이 나오는 것은 손실을 보더라도 여전히 거래 대금에 비례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과세체계 개편에 나선 것도 주식을 통해 소득을 올렸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양도세는 전면 과세로 확대하면서 거래세는 일부 남겨놓아, 손실과세는 유지되고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이중과세 우려가 생겼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거래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에 위배되는 세금”이라며 “양도소득의 전면 시행 이전에 반드시 폐지 일정이 함께 수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장 안정성을 위해 거래세를 일부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증권거래세로 인해 거래 비용이 높아지면 자동화된 초단타매매를 줄여 시장 불안정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금융당국은 국내에서 1,000분의 1초 단위로 주문과 취소를 반복하면서 6,220차례(847억원) 규모의 허수 주문을 낸 미국 시타델 증권에 대해 시세조종, 시장교란 혐의로 제재를 논의중이다.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한 다른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거래세가 사라지면 이 같은 거래 형태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거래세 유지는 초단기매매나 자전거래 중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제어장치라는 측면도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보완제도를 같이 연구하면서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장기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실을 보면 이후 3년간 공제를 해주는 손실이월공제 기간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부동산은 1가구 1주택에 대해 장기보유특별공제가 허용되지만 금융상품에는 장기투자에 대한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에 대해 "실물자산은 인플레에 의해 명목가치가 상승한다는 점을 고려해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두지만 금융자산은 실물자산과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