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후 묘한 운명… 홍건희ㆍ이태양 뜨고, 류지혁ㆍ노수광 부상에 울고

입력
2020.06.25 13:41

지난 7일 프로야구 두산과 KIA, 18일 SK와 한화가 단행한 1대1 트레이드는 발표 당시 어느 한쪽이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주전급 야수를 내주고 성적이 좋지 않은 투수를 받은 두산, SK가 손해를 봤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선수 면면을 보면 그럴 만도 했다. 불펜이 불안한 두산은 내야수 류지혁(26)을 KIA로 보내면서 우완 투수 홍건희(28)를 받았다. 류지혁은 두산의 내야가 구멍이 나면 대체 1순위 선수로 뛰었고, 성적도 트레이드 전까지 타율 0.417(24타수 10안타)로 좋았다. 반면 2018년 평균자책점 10.26, 2019년 7.16으로 부진했던 홍건희는 이번 시즌에도 6.00으로 주춤했다.

두산과 비슷한 처지인 SK는 외야수 노수광(30)을 한화에 내주고 우완 투수 이태양(30)을 데려왔다. 2018년 타율 0.313로 리드오프 역할을 맡아 그 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던 노수광은 올 시즌 5월 한 달 간 타율 0.367를 찍었다. 노수광이 1군에서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안 이태양은 부진 탓에 이달 8일부터 2군에 머물렀다. 2018년 4승2패 12홀드 평균자책점 2.84로 최고의 시즌을 보낸 뒤 이듬해 평균자책점이 5.81로 치솟았고, 올해에도 트레이드 전까지 7.27로 더 올랐다.

하지만 트레이드 후 다시 보니 눈에 보이는 숫자가 전부는 아니었다. 홍건희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180도 달라졌다. 24일 현재 두산 이적 후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86을 찍었다. 최근엔 필승 계투조로 자리 잡아 19일 LG전에서 구원승(2.2이닝 1실점 비자책), 21일 LG전에서 세이브(1이닝 무실점)를 수확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불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자신의 공을 믿고 씩씩하게 던진다”고 칭찬했다. 홍건희는 “이적 후 독기가 생겼다”며 “두산에서도 부진하면 선수 인생이 힘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SK에서 추격조로 발을 뗀 이태양도 유니폼을 갈아입고 2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로 안착했다. 매 경기 주자를 내보냈지만 실점 없이 버텼다. 염경엽 SK 감독은 “현재 팔 상태를 봤을 때 앞으로 한 두 번 더 전성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건희와 이태양이 떠오른 사이 공교롭게도 류지혁과 노수광은 나란히 부상 악재를 만났다. 이적 후 첫 경기인 10일 KT전에 KIA의 취약 포지션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1타점으로 이적 신고식을 마친 류지혁은 이튿날에도 5타수 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계속된 활약에 KIA의 희망이 되는 듯 했지만 14일 SK전에서 다리를 다쳤다. 검진 결과 왼쪽 대퇴이두근 파열 진단을 받아 전열에서 이탈했다.

노수광 역시 18일 LG전에 곧바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얼마 못 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23일 삼성전 도중 옆구리에 불편함을 느낀 그는 오른쪽 늑골 미세골절 진단을 받아 약 3주간 자리를 비우게 됐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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