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낵처럼 ‘아삭아삭’... TV드라마 대체하는 웹 드라마

입력
2020.06.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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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웹소설에 이어 웹드라마(Web Drama)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TV에 방영된 드라마를 웹에서 보는 게 아니라, 아예 웹 전용으로 제작된 드라마를 말한다.  모바일 시대 '스낵 컬처(Snack Cultureㆍ과자를 먹듯 짧은 시간에 소비하는 문화 콘텐츠)' 흐름에 올라탔다. 10ㆍ20대 입맛을 넘어 다양성을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웹드라마 '만찢남녀'가 TV가 아닌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됐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여주인공과 '만화책을 찢고 나온 듯' 멋진 남자주인공의 로맨스물이다. 네이버웹툰에서 평점 10점 만점에 가까운 호평을 받은 작품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지난 12, 16일에는 청춘들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 '인서울 시즌2'와 '썸툰2020'이 웹드라마 형태로 공개됐다. 벌써 상반기에만 십수편이 개봉됐다.

웹드라마는 원래 온라인 공간에서 쓰이는 광고, 홍보, 마케팅 영상 같은 성격이었다. 그러다 스마트폰이 나오고 모바일 시대가 개막하면서 별도의 장르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2010년 윤성호 감독이 에피소드당 5분 정도 길이로 제작한 코미디물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가 웹드라마의 시초로 꼽힌다.

지금은 아예 웹드라마 전문 제작사가 등장했고, 기존 방송사들도 웹드라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15년에 MBC가 '퐁당퐁당 LOVE'를, 2017년 KBS가 '꽃길만 걷자' 등의 웹드라마를 선보였다. 웹드라마 제작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CJ ENM으로 스튜디오 다이아, tvN D 채널을 통해 '29gram' '연애 강요하는 사회' 등을 공개해 왔다.



웹드라마 제작이 줄 잇는 이유는 영상 콘텐츠 소비가 TV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가장 성공한 웹드라마 작품으로 꼽히는 '연애 플레이리스트' 시리즈는 2017년 시즌1 방송 이래 지금까지 누적 조회수 6억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2년 전 처음 방송된 '에이틴' 시리즈는 10대들이 선호한다는 의미에서 '급식픽'이란 별명까지 얻으면서 조회수 4억뷰 이상을 찍었다. 무시할 수 없는 시장성이다.

웹드라마의 강점은 뭐니 뭐니해도 '제작의 자율성'이다.  방송법 등 규제를 제한적으로 받기 때문에 방송 분량, 소재 선정, 연출 등에서 자유롭다. '만찢남녀' 연출자 왕혜령 감독은 "실제 일상에서 쓰이는 말을 그대로 대사에 담을 수 있기 때문에 TV드라마에 비해 현실감이 높다"고 말했다.

저렴한 제작비도 강점이다. 정규 드라마 제작과 비교했을 때 웹드라마의 제작비는 많게는 20분의 1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학원ㆍ로맨스물이 많은 웹드라마 장르의 특성상 드라마는 인물 간 감정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그 덕에 대규모 촬영장이나 컴퓨터그래픽처럼 돈을 많이 들여야 하는 연출의 필요성이 적다. 제작사 입장에선 투자결정이 쉽고, 설사 실패해도  위험부담도 적다.



재능이 있지만 인지도가 낮은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순기능도 웹드라마엔 있다. 웹드라마 제작사 플레이리스트의 한아름 CP는 "웹드라마엔  내 주변에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인물이 많은데, 어느 배우가 가장 어울리는지 캐스팅을 하다 보면 기성 배우뿐만 아니라 신인에게도 기회가 많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제작비 제약 탓에 누구나 알만한 톱스타보단 신진 배우의 기용이 불가피한 현실도 있다.

다만 웹드라마는 아직 10대와 20대의 전유물로 소비되는 실정이다. 'Z세대'가 선호하는 소재를 다루다 보니 연애, 학원물이 많아 콘텐츠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웹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제작비가 싸서 진입장벽이 낮다보니 작품성 없는 영상이 범람하는 현상도 일부 있다"면서 "웹드라마의 가치를 인정하는 투자가 늘어나 시청자 층을 확장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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