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상반기 결산②] 예능 시청자=네티즌 동기화, 온라인에 떠야 TV도 뜬다

입력
2020.06.26 09:10


랜선을 넘어 브라운관에 찾아온 밈(meme)이 예능의 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더 많은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예능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예능 트렌드로 본 힌트는 인터넷에 있다.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유행을 타고 확산되는 밈(meme)이 TV로 자리를 옮겨도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 반면 네티즌에게 회자되지 못하는 예능 콘텐츠는 TV에서도 외면 받기 쉬운 현상이 나타난다.

▶ GOOD 좋은 예

시청률 만큼 화제성이 중요해진 때를 지나오면서 이제 네티즌과 시청자의 구분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는 이들이 브라운관에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문명특급' 재재부터 진용진까지 인기 크리에이터가 자기님으로 출연해 유재석 조세호와 새로운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최근 가장 많은 곳에서 화제가 된 '깡'의 주인공 비는 MBC '놀면 뭐하니?' 혼성 그룹 싹쓰리의 비룡으로 폭 넓게 활약 중이다. '1일 1깡'을 '1일 3깡'으로 받아들인 비의 대인배적인 면모는 시청자들의 호감을 불렀다. 누구도 의도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깡'의 역주행이 올 여름 예능계에 다양한 웃음을 몰고 오는 나비효과가 실현됐다.

일반인 사장님들이 출연하는 포맷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대해 몇몇 네티즌은 "백종원 혈압과 시청률이 비례한다"고 말한다. 백종원의 분노를 유발하는 일부 사장님들의 모습에 상당수의 네티즌이 펼치는 갑론을박이 곧 화제성이기 때문이다. SBS 측은 '스브스밥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등 토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온라인의 힘을 가장 크게 실감한 프로그램은 TV조선 '미스터트롯'이다. 비지상파 역대 최고 35.7%의 시청률은 물론, 트로트로 이례적인 음원 성적과 수천만 뷰에 달하는 온라인 조회수가 '미스터트롯' 신드롬을 실감하게 했다. 덕분에 '미스터트롯' 출연진의 '사랑의 콜센타'와 '뽕숭아학당' 등 후속 프로그램 역시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젊은 대중도 찾아 듣는 트로트의 힘이 드러나면서 SBS '트롯신이 떴다', MBC '최애엔터테인먼트', KBS2 '트롯전국체전' 등 지상파도 트로트 열풍에 힘을 보태고 있다.

▶ BAD 나쁜 예

밈의 인기를 다르게 보면 온라인에서 화제를 얻지 못 할 경우 TV에서도 퇴출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KBS는 지난달 '개그콘서트'가 21년 만에 방송을 멈추고 휴식기를 갖는다는 소식을 공식화했다. 지상파 3사의 공개 코미디가 모두 종영하는 것이다. 휴식기 동안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시 찾기 위해 '개그콘서트' 출연진은 코미디 유튜브 채널 '뻔타스틱'에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다. 현재도 많은 개그맨들이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만큼 네티즌의 취향 탐구가 필요한 때다.

버라이어티 예능이었던 MBC '끼리끼리'는 1월부터 5월까지 4개월여 간 1~2%대 시청률을 기록한 끝에 퇴장했다. 다수의 출연진이 팀을 나눠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콘텐츠는 예능의 단골 소재였으나 네티즌에게는 와닿지 않았다. 자연스레 인터넷 상에서 언급되지 않았고, 시청률 반등의 기회가 오기 전에 종영을 맞아야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본지에 "시청률만 신경 쓰면 되는 때보다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보는 사람만 보는 프로그램은 더 이상 사랑 받기 어렵다. 보는 것을 넘어 누군가에게 전파하며 밈(meme)이 형성돼야 프로그램의 수명도 늘어난다. 이를 위해 많은 방송 관계자들도 네티즌의 선호도와 관심사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이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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