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없이 여권만으로 여행할 수 있는 지역이 광범위해 ‘여권 파워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스웨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로 자존심을 구겼다. 미국 여행객은 유럽연합(EU)이 7월부터 역외국가에도 문호를 개방하지만 입국 불가 가능성이 높다. '집단면역' 실험에 실패한 스웨덴은 유럽 내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EU가 내달 1일 역외 국경을 개방해도 미국발(發) 여행객의 입국은 계속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은 국경 개방에 앞서 최근 2주간 인구 10만명당 신규 환자 수를 기준으로 입국 허용국 목록을 작성했다. EU 평균 16명보다 환자가 적은 47개국이나 20명을 넘지 않는 국가까지 포함한 54개국 목록 중 하나가 회원국들에게 권고안으로 제시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코로나19 발원국인 중국을 비롯해 우간다ㆍ베트남ㆍ쿠바 등은 입국 허용 대상에 포함된 반면 미국과 브라질ㆍ러시아는 빠졌다. NYT는 "자체 분석 결과 미국은 최근 2주간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107명, 브라질은 190명, 러시아는 80명으로 EU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EU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16일부터 제3국 국민의 필수적이지 않은 EU 입국을 막았고, 지난 11일 EU 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내달 1일부터 비유럽국 여행객 입국을 허용키로 했다. NYT는 미국이 러시아ㆍ브라질과 함께 EU의 입국 금지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에 대해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큰 타격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따끔한 일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240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누적 사망자는 12만명을 넘어섰다.
매년 '여권 순위' 상위에 오르는 북유럽 선진국 스웨덴은 고립의 늪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느슨한 방역으로 감염자와 사망자가 주변 3개국(노르웨이ㆍ덴마크ㆍ핀란드)을 합친 것보다 각각 2배, 5배 많은 스웨덴은 유럽 대부분 국가의 입국이 금지된 상태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나라는 프랑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ㆍ크로아티아 정도다. NYT는 "그간 최고의 여권 소지자로 여겨져온 스웨덴인들이 이젠 이동 가능한 선택지가 별로 없음을 깨닫게 됐다"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