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낙지를 그대로 먹는 방송 장면은 동물학대일까?

입력
2020.06.24 15:34
동물권 행동단체 카라 시민 2,055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드라마에서 비둘기를 날리는 장면은 동물학대일까. 살아 있는 낙지를 그대로 먹는 방송을 내보내는 것은 괜찮을까.

동물권 행동 단체 카라가 4월27일부터 5월22일까지 시민 2,0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디어 동물학대 설문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카라는 12개의 영상을 예시로 제시하면서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TV방송 등 미디어에 나타난 동물학대의 범위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물었다.


‘품종 고양이만 다루는 유튜브 방송에서 지속적으로 새끼 고양이가 태어나는 장면’을 동물학대라고 답한 응답이 10명 중 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품종 유행과 펫숍 구매를 부추기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다음으로 10명 중 7명은 분홍색으로 염색한 개의 등장, 고양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한 공간에 여러 종의 동물이 함께 지내는 모습도 동물학대라고 답했다. 치킨을 먹으면서 살아 있는 닭을 치킨으로 동일시 하는 발언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면 이 역시 동물학대로 보고 있었다.

반면 가장 동물학대로 보기 어렵다는 항목은 10명 중 3명이 답한 드라마에서 비둘기를 날리는 장면이었다. 살아있는 낙지를 그대로 먹는 모습을 방송한다는 10명 가운데 4명이 답했다. 이에 대해 김명혜 카라 활동가는 “사람마다 동물학대로 받아들이는 기준이 다른 것은 맞다”면서도 “예컨대 비둘기 장면의 경우 인공으로 번식시킨 비둘기를 날려보내고 회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점에 비추어 동물학대로 봤다”고 설명했다.

살아 있는 낙지를 먹는 것은 해외에서는 이미 논란의 대상이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는 “산낙지 요리가 매우 잔인하며 동물에 극단적인 고통을 주는 형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 활동가는 “산낙지를 먹는 장면은 꼭 필요하다기 보다 이슈를 만들기 위해 자극적인 장면을 넣은 것이다”라며 “산낙지에게 고통을 주는 점에서 동물학대”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동물 영상을 시청하는 이유는 뭘까. 46%는 ‘귀여운 동물이 출연해서’라 답했고, ‘반려동물 정보를 얻기 위해서’(25%)가 뒤를 이었다. 동물 영상이 미치는 긍정적 효과로는 '유익한 정보를 준다'(61%), '스트레스가 준다'(56%)를 꼽았고, 부정적인 영향으로는 ‘동물이 소품처럼 이용되는 모습은 생명을 가볍게 여기게 만든다’는 답변이 72%로 가장 많았다.

조사 응답자 10명 중 7명은 ‘동물학대 영상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영상 속 학대의 유형(중복 응답 가능)은 신체적·물리적 폭력(73%), 비정상적 돌봄(66%), 유기·투견 등 불법행위(41%), 언어·정신적 폭력(36%) 순이었다.

하지만 동물학대 영상을 본 적 있는 응답자 중 이를 신고한 적이 있는 사람은 26%로 나타났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어디에 신고해야 할지 몰라서’, ‘신고한다고 해도 처벌 수위가 약할 것 같아서’ 등이 꼽혔다.


응답자 3분의 2 이상은 미디어 동물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동물학대 처벌 강화(68%)를 꼽았다. 동물학대 범위 확대(13%), 공교육상 동물권 교육 의무화(9%)도 제안했다.

김 활동가는 “동물 등장 영상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지켜보는 시민들이 많았다”며 “미디어 동물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활동, 동물학대의 심각성을 예방하기 위한 캠페인과 교육을 활발하게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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