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이혼율 잡아라...중국 ‘30일 숙려제’ 주목

입력
2020.06.2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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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상속 등 통합한 민법전 합의 이혼시 30일 지나야 인정 경솔한 이혼 막겠다는 취지지만 “개인 자유 침해” 반론도 팽팽


중국이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민법전’을 통과시켰다. 신중국 건국 이후 70년간 혼인ㆍ상속ㆍ계약ㆍ재산 등 일상의 온갖 송사를 각 분야별로 관장하다가 비로소 통합해 하나로 관통하는 법 체계를 완성한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법전이라고 명명한 것은 중국 최초"라며 "사회주의 법치 건설의 중대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수많은 법 조항 가운데 여론의 관심은 단연 내년부터 시행할 '이혼 숙려제'에 쏠렸다. 불륜, 가정폭력 등 예외적 경우가 아니면 합의로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도 신청 후 30일이 지나야 인정하는 제도다.

중국의 이혼율은 1987년 0.55‰(퍼밀ㆍ1,000분의 1)에서 2017년 3.2‰로 6배 가량 늘었다. 1998~99년, 2002년을 제외하면 이혼율은 지난 30년간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 4월 광둥성 선전시에서는 4,187쌍이 결혼을 신고한 반면, 3,524쌍이 이혼으로 갈라져 결혼 대비 이혼 건수가 84%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이혼 후에 원래 배우자와 다시 결혼하는 '복혼'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20년간 295만8,000쌍으로 집계됐다. 경솔하게 이혼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과거 중국은 이혼할 경우 다니는 직장의 심사를 거쳐야 할 정도로 절차가 까다로웠지만 2003년 제도가 폐지된 이후 부담이 줄어 손쉽게 이혼을 선택하고 있다.

반면 많은 국가에서는 이혼에 앞선 완충장치를 갖추고 있다. 캐나다는 1년, 미국은 6개월, 영국은 9개월간 숙고의 기간을 갖도록 했다. 한국도 2005년부터 숙려제를 도입해 자녀가 있으면 이혼 신청 후 3개월, 없는 경우에는 1개월이 지나야 부부가 법적으로 갈라설 수 있다.

이에 충동 이혼을 줄이고 결혼생활과 가족관계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이혼 숙려제를 도입했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설명이다. 결혼도 물론 쉽지 않지만 이혼은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샤오핑(李少平) 최고인민법원 부원장은 "결혼은 자유이지만 일단 선택하면 그에 상응하는 구속을 감내할 필요가 있다"며 "이성적이고 성숙한 판단에 따라 이혼할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수도 베이징의 경우 배우자 명의로 자동차 번호판을 시에 등록한 경우 이혼하면 다른 배우자는 10년이 지나야 새로운 번호판을 발급받도록 규정을 강화해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혼에 대한 일종의 불이익인 셈이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미 심사숙고를 거쳐 이혼을 결심했는데 또다시 속박하는 건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혼소송 중에 남편에게 구타당해 아내가 숨지는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숙려제는 여성에게 가혹한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럴 바엔 차라리 결혼도 일정 기간이 지나야 허락하는 결혼 숙려제를 도입하라." 어느 여성 네티즌의 주장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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