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자리 옮긴 '수요시위'…정의연 "변함없이 자리 지킬 것"

입력
2020.06.24 14:14


보수단체가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인근 자리를 집회 장소로 선점하면서 '수요시위'가 28년 만에 자리를 옮겨 진행됐다. 정의기억연대의 수요시위가 소녀상 앞에서 열리지 못하는 것은 1992년 1월 집회 시작 이후 처음이다.

정의연은 24일 오전 소녀상에서 왼편으로 10m 가량 떨어진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제1,445차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오전부터 비가 쏟아지는 악조건에서도 우산을 쓴 시민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나연 정의연 이사장은 "밀려나고 빼앗기고 탄압받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이 자리에 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가자들 역시 수요시위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보수단체의 시도를 비판했다. 이날 시위를 주관한 평화비 경기연대는 "30년 동안 지켜온 자리를 빼앗긴 채 다른 자리에서 평화의 함성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와 전국여성농민회, 평화예술인행동, 다른 세상을 향한 연대 등은 연대 발언을 통해 수요시위를 함께 지키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는 소녀상 앞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 달 23일부터 종로경찰서에서 24시간 대기를 해왔다. 집회신고는 매일 0시부터 가능한데, 보수단체들은 3주 간의 대기 끝에 지난 23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소녀상 앞에 선순위로 집회를 신고했다.

보수단체 집회가 예정되자 대학생 단체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관계자 10여명은 전날부터 연좌시위를 통해 소녀상 인근을 지켰다. 이들은 소녀상 주변 2m 반경에 경찰이 설정한 질서유지선 안에 들어가 소녀상과 자신의 몸을 끈으로 묶고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투쟁해온 장소를 보수단체에 내줄 수 없다"고 밝히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보수단체 관계자들은 소녀상 오른쪽 장소에서 정의연 규탄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집회 참석자 간 충돌을 우려해 경찰 400여명을 투입했다. 경찰은 질서  유지선을 설치해 각 단체 간 집회 장소를 분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질서 유지선 내 집회를 개최하는 등 불법 행위를 할 경우 사법처리될 수 있음을 알린다"며 안내방송을 했다. 충돌 우려는 있었으나 각 집회 참가자 사이 별 다른 갈등은 빚어지지 않았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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