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지방기능경기대회 준비를 위한 합숙 중 사망한 경북 경주시 신라공고의 고(故) 이준서 학생의 극단적 선택 배경에 과도한 메달경쟁과 폐쇄적 훈련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기능경기대회 운영방식을 개선해 과잉경쟁을 완화하고 학생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교육계는 그러나 “기능대회 성적으로 교육기관과 학생을 평가하는 근본 구조가 개선되지 않아 미봉책”이라 지적했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24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8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 ‘기능경기대회 운영 개선방안’을 제출했다.
정부는 우선 오는 2022년까지 기능대회 시ㆍ도별 종합순위 발표를 폐지하고 공동메달제를 도입해 경쟁을 완화한다. 공동메달제란 예를 들어 1등의 점수가 90점일 경우 2점차(88점) 내 선수에게 모두 금메달을 수여하는 방식이다. 기능대회 문제는 문제은행을 만들어 2년 단위로 사전 공개하고, 전국대회 참가자격을 지방대회 1~3위 입상자에서 지방대회 우수상 입상자(종목당 1~4명)까지 확대해 부담을 해소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기능대회 직종을 산업현장과의 연계성 등을 분석해 개편한다. 현재 국내 기능대회에서는 메카트로닉스, 금형, 모바일로보틱스, 조리 등 50개 직종을 겨루는데 향후 사이버보안, 3D 프린팅 등 직종을 신설해 취업연계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또한 오는 2024년까지 기능대회를 학생부와 일반부로 분리해 학생의 경우 학교수업과 연계된 내용 중심의 경기를 운영한다.
직업계고의 기능대회 훈련방식도 개선한다. 기능대회 출전학생을 모아 별도 훈련을 해오던 기능반은 ‘전공심화동아리’로 운영해 자유로운 가입ㆍ탈퇴를 보장한다. 기능대회 준비는 수업시간이 아닌 창의적 체험활동과 방과후 시간에 하고, 밤 10시 이후 및 휴일 훈련은 금지해 합숙을 원천 금지한다. 나아가 대회 개최기간을 방학으로 조정해 학생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유은혜 부총리는 이번 방안에 대해 “학생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된 가운데 학교교육과 연계해 균형성장을 돕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기능반 운영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직업교육위원장은 “합숙을 금지 한다지만 밤 늦은 연습을 허용하는데다 대회시기를 방학으로 옮겨 오히려 그나마 있던 휴식권 조차 없애는 방안”이라며 “기능대회 성적이 학교 실적으로 연결되는 경쟁구도와 이로인해 반복되는 기능반 내 위계적 훈련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