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219명, 사망자 0명'
몽골 보건복지부가 26일 오전 11시(현지시간) 기준으로 집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황 수치입니다. 누적 확진자 중 170명이 순조롭게 완치됐고 현재는 49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지금까지 발생한 확진자마저도 몽골 국내에서 감염된 경우는 1명도 없었으며 전부 해외에서 감염돼 입국한 사례였다고 합니다.
185개국에서 1,000만 명 이상이 감염되고 50만 명 이상이 사망에 이르면서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이정도면 '특급 청정지대'라고 할 수 있을 듯 한데요. 게다가 몽골은 현재까지 코로나19의 발원지로 꼽히는 중국과 국경을 5,000㎞ 맞대고 있죠. 몽골이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일부 몽골인들은 몽골의 코로나19 방어를 두고 '칭기즈칸' 덕분이라고 이야기한다고 해요. 칭기즈칸은 11세기 초 유라시아대륙을 정복하고 몽골제국을 세운 무려 800여년 전 인물로 국부라 추앙받고 있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2일(현지시간) 몽골의 역사가, 수도승, 무당 등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몽골인들이 생각하는 흥미로운 이유들을 엿볼 수 있는데요.
먼저 칭기즈칸을 섬기는 사원의 무당 엥흐우인 바이암바도르지는 몽골이 팬데믹을 피해갈 수 있었던 비결로 맑은 하늘과 공기 등 자연 환경, 신선한 고기와 우유로 구성된 단순한 식생활 등을 꼽았어요. 몽골인들이 스트레스와 소비지상주의와는 거리가 있는 생활을 한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죠.
이와 함께 몽골인들이 넓은 대지를 떠도는 유목민이라는 점과 칭기즈칸 시절 몽골제국 정복기부터 사막을 가로질러 다른 나라를 향해 원정에 나설 때 중앙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었기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자립 생활을 체득했다는 점을 거론했는데요. 수도승인 우카안자야 도르지남난은 "칭기즈칸이 좋은 땅을 선택해 물려줬기 때문에 후손들이 보호를 받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죠.
몽골 총리의 건강 특별 자문인 친부렌 지지즈렌 박사는 칭기즈칸 시절부터 정립된 소통체계와 군대의 엄격한 상명하복 문화가 코로나19 대응에 도움을 준 것이라고 말합니다. 칭기즈칸이 개발한 효과적인 통신시스템으로 드넓은 몽골제국의 끝에서 끝까지 메시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고, 당시 군대의 철저한 규율이 오늘날의 몽골인들의 의식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인데요.
그는 "지금도 칭기즈칸 시절과 같이 울란바토르에서 나온 정부의 메시지는 외진 동네의 유목민에게까지 신속히 전달된다"라면서 "칭기즈칸의 군대는 규율이 잘 잡힌 조직이었고, 그 규율이 아직도 몽골인에게 이어져 정부가 마스크를 쓰라거나 집에 머물라고 하면 잘 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말 칭기즈칸의 영향력이 아직까지 미치고 있어서일까요? 국내 몽골 전문가인 송병구 단국대 몽골학과 교수에게 분석을 의뢰해봤습니다. 송 교수는 대체로 근거가 없거나 과도한 해석이라고 봤는데요. 그는 "정부와 국민의 명확한 소통 덕에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은 맞다"라면서도 "몽골인들이 정부의 정책을 잘 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지를 받는 정책이어야 가능한 것이고 국민 의사와 반하면 시위도 빈번히 발생한다"라고 지적했어요.
그렇다면 몽골이 코로나19 청정지대가 될 수 있었던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송 교수는 몽골 정부의 신속·강력한 대응을 꼽았는데요. 1월 7일 중국에서 코로나19의 존재를 처음 공식적으로 공개했죠. 몽골은 비교적 빠른 1월 말부터 대응에 돌입했고, 망설임없이 첫 공식 조치로 중국과의 국경을 임시폐쇄했습니다. 재해대책위원회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대형슈퍼나 밀집시설 이용시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하게끔 했고요.
같은달 27일부터 교육부는 모든 교육기관의 대면수업을 금지하고 온라인 교육을 실시했고 현재까지도 유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몽골에 입국하려면 자비부담으로 3주간 국가시설에서 격리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이후 또 2주 자가격리 의무가 있어 총 5주간의 격리가 필수적이고요. 설상가상으로 국가시설 환경이 그리 좋지 않아 재외 몽골인들은 입국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굳이 무리해서 몽골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송 교수는 열악한 의료환경이 선제적 대응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는 "몽골은 의료수준이 높지 않아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할 경우 대처가 어렵고 매우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물론 모든 국민이 인지하고 있었다"라며 "중국과 가장 가깝고 긴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또한 지난해 기준 몽골 인구 약 323만 명 중 154만 명 정도가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수도 밀집률이 높은 편이죠. 이 또한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됐다고 해요. 아울러 몽골 인구가 약 323만 명인데 비해 가축 수는 7,000만 마리에 달하는데요. 몽골인들의 주식은 고기죠. 국경을 완전히 폐쇄해 경제적 위기가 발생한다 해도 식량이 부족해 굶어 죽을 일은 없다는 겁니다.
송 교수는 "넓은 국토에 분산돼있어 감염병과 거의 무관한 유목민들 외에 수도 거주민들은 정부의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한 대응방안에 경제불황, 실업 등 국가적 피해가 더 심각해진다해도 '코로나19 확산만 아니면 불편할 뿐 생명에 위협을 받지는 않는다'는 인식이 있어 정부 대응책을 잘 따르고 있다"라며 "전통적인 유목민족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했을 것"이라고 해석했죠.
비록 칭기즈칸은 아니지만 몽골 정부의 강경한 대응이 높은 국민적 지지를 얻어 24일 치러진 총선에서는 여당인 인민당이 76석 중 62석을 차지하면서 크게 승리했는데요. 나라마다 다른 역사와 환경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감염병에 대한 대처와 이에 대한 국민의 반응도 달라지는 모습입니다. 코로나19 청정지대 몽골의 비결,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