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의 이모저모

입력
2020.06.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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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을 보면 병아리 같은 종종걸음으로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이 떠오른다. 또는 멋을 한껏 낸 누군가의 산뜻한 티셔츠가 생각난다. 그러나 예전에는 아무나 노란색을 입을 수 없었다. 전통적으로 땅, 중앙, 권위를 의미하는 색으로, 중국에서는 왕의 권력과 위엄을 보이는 황제의 색이었다. 지금도 노랑은 황금의 색, 즉 부와 명예의 상징이다. 노른자는 귀하고 중요한 부분을 이른다. 또한 노랑은 희망을 뜻하여, 노란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나는 꿈을 노래하기도 한다.

 한편 노란색이 말하는 부정 의미도 많다. 불신과 거짓, 질투와 의심, 위험과 경고를 뜻하는데, 스포츠 경기에서 볼 수 있는 옐로카드가 그 예이다.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나 학교 전용 버스는 대부분 노랑으로 지정되어 경고의 의미를 드러낸다. 한국말에서는 가망이 없는 부정적 상황을 말할 때 ‘하늘이 노랗다’거나 ‘싹수가 노랗다’라고 한다. 

 노란색이 사람의 성격을 표현한다면 어떨까? 영미권에는 겁이 많은 사람을 이르는 ‘yellow’가 있다. 프랑스인들은 불안한 웃음을 ‘노란 웃음’이라 하고, 프랑스와 포르투갈에서는 정신병원을 ‘노란집’이라 부른다. 아름다운 금발을 두고 ‘yellow hair’라 하지 않고 ‘blond hair’라 하는 것도 노랑의 부정 의미를 피하기 위해서란다. 이처럼 여러 곳에서 노랑이 사람의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는데, 한국에서는 어떨까? 한국말에도 노란 사람이 있다. ‘노랑이’는 노란 빛깔의 물건을 뜻하지만, 씀씀이가 인색한 사람으로 더 많이 쓰인다. 돈의 색에서 탐욕스러움이 연상된 탓이 아닐까? 색깔은 눈에만 보이는 것이 아니고, 보이는 대로 말하는 것도 아니다. 오늘도 사람들은 저마다 언어라는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본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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