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출한 35조3,000억원 규모의 제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받아 본 국회예산정책처가 일자리사업, 한국판 뉴딜 등 주요 사업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사업은 한꺼번에 집행될 경우 민간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규모가 과도하고, 한국판 뉴딜 사업 중 일부는 계획이나 예상되는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다.
예정처는 23일 발간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이번 추경의 대표적인 사업인 고용안정 특별대책에 대해 "규모가 과도한 측면이 있고, 상당수의 사업은 단기 공공부조 성격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안에 총 8조9,000억원 규모의 고용안정 특별대책을 편성했다. 여기에는 직접일자리 55만개와 실직자ㆍ구직자 지원 프로그램 등 약 154만명을 대상으로 하 사업을 담았다. 지난 5월 기준 실업자 수가 127만8,000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자리 사업이 한꺼번에 진행되면 고용 시장에 일자리의 초과 공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예정처의 지적이다.
예정처는 정부가 공급할 직접일자리의 질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실업부조나 교육훈련 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직접일자리 사업을 하는 이유가 참여자들에게 '일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번에는 단순 일자리 제공 목적의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예정처는 "실업이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의 직접일자리가 공급되면 유사한 조건의 민간일자리와 경합해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구인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판 뉴딜에 대해서는 "사업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사업계획과 사전절차가 미흡해 사업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사업이 상당수 편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안에 △디지털 뉴딜 2조7,000억원 △그린 뉴딜 1조4,000억원 △고용안전망 강화 1조원 등 총 5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예정처는 "정부는 뉴딜 사업이 단기적인 경기 대응을 넘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우리 경제의 선순환 구조 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편성됐는지 국회에 충분히 소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정부가 이번 추경 예산을 연내 완전히 집행할 때 올해 경제성장률을 0.228~0236%포인트 가량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추경 예산 중 세입경정(11조4,000억원), 지출 구조조정(7조6,000억원), 금융성 기금(3,000억원)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예산은 약 16조원이라는 설명이다.
재정건전성 우려에 대해선 "고령사회 도달 시점에 독일의 정부부채 비율은 14.1%로 우리나라보다 더 건전했지만, 초고령사회 도달 시점에는 이 비율이 70.7%까지 늘어났다"며 "우리나라의 연 평균 정부부채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네번째로 빠르다"고 지적했다.
올해 세수 목표에 대해서도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였다. 정부는 이번 279조7,000억원의 세금을 걷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예정처는 이보다 3조원 더 적은 276조7,000억원을 걷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