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적대 행위를 그만두고 한반도 평화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종교계의 호소와 기원이 이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전쟁 발발 70년이 임박한 시기에 해빙 직전까지 갔었던 남북 사이가 북한의 엄포에 전운마저 감돌 정도로 나빠지면서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22일 11개 한국전쟁 참전국 교회협의회와 더불어 한반도 종전 선언과 평화 조약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WCC는 국내 개신교 연합 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함께 한국전 70년인 올해를 한반도가 분단 굴레를 벗어나는 희년(禧年ㆍ해방의 해)으로 선포하고, 3월부터 기도 운동을 벌여 왔다. 23일에는 14개 국내 개신교 교단ㆍ단체가 참여하는 한국교회 남북교류협력단이 호소문 ‘전쟁 없는 한반도와 남북 상생 평화의 길로 나아갑시다’를 낸다는 계획이다. 남북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는 내용이다.
종교계 주문이 쏟아진 것은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격 폭파 이튿날인 17일이다. 불교와 개신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개 국내 종교계 지도자들 간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성명을 통해 “연락사무소 폭파, 군부대 재배치 등 북한의 강경 대처나 (남측) 일각에서 주장하는 불필요한 ‘강 대 강’ 대응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진보 성향인 NCCK도 같은 날 호소문에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지하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남북에 당부했다. 보수 개신교 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의 성명은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와 거친 언사가 장애이기는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 배려하며 평화로 가는 대로를 닦자”고 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NCCK다. 6ㆍ15 남북공동선언이 천명된 2000년부터 매년 6월 15~25일을 ‘민족화해주간’으로 정해 이 기간 중 한반도 평화 기도 동참을 독려해 오고 있는 NCCK는 12일 신학 포럼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회의 과제’를 통해 한국 개신교가 드러내고 있는 동성애ㆍ이슬람ㆍ이주민 혐오의 뿌리가 반공 이데올로기임을 비판하기도 했다. 18일에는 산하 화해ㆍ통일위원회 주관으로 시국회의를 열어 “어렵게 시작된 남북 화해와 협력의 관계가 물리적 폭력을 동반한 강 대 강 적대 관계로 전환될 가능성을 우려한다”며 “무력 도발 불용이라는 4ㆍ27 판문점 선언 원칙에 입각해 적대 정책 대신 평화적 수단으로 파국을 극복하라”고 남북에 촉구했다.
23~25일에는 불교와 천주교, 개신교 등의 평화 기원 행사가 잇따른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23일 강원 철원군 소이산 정상 백마고지에서 한국전 전몰자의 극락왕생과 완전한 남북 평화를 기원하는 천도재를 지내고, 같은 날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는 서울 견지동 우정총국 시민광장에서 ‘한반도 전쟁 종식 평화 기원 법회’를 봉행한다.
25일에는 전국의 모든 천주교 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일제히 봉헌된다.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인 이기헌 주교는 담화에서 “올해야말로 그동안 남북 사이에 걸림돌이 됐던 적개심과 전쟁의 고통을 극복하고 민족이 하나 되기 위해 손을 잡는 새 출발의 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대형 개신교회는 24일 국내외 한국전 참전 용사 초청 행사를 연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감사 예배 자리에 참전 군인 신도 74명을 초청한다. 이영훈 담임목사는 “희생자들의 헌신을 후대가 기억하고 기려야 한다”며 “더 이상 전쟁 없는 평화 통일로 나아가는 게 이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했다.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는 화상 회의 플랫폼인 ‘줌(Zoom)’을 활용한 온라인 행사를 시도한다. 해외 4개국 참전 용사와 그 가족 150여명이 참여한다. 소강석 담임목사는 “아픔의 민족 역사를 기억해야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