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자가격리 중 20대 여성 극단적 선택

입력
2020.06.22 14:07
평소 정신질환으로 치료 받아 자가격리 방안 대책 필요

제주지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으로 공공시설에서 자가격리 중인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여성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현행 자가격리 방안에 대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제주도와 제주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6분쯤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제주인재개발원 코로나19 격리 시설에서 A(2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5분쯤 A씨와 함께 제주를 왔다가 같은 시설에 자가격리 중인 지인이 A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직원에게 확인을 요청했고, 이에 방역복을 착용한 보건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방문한 결과 숨져 있는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지난 18일 지인과 함께 제주관광을 위해 항공편을 통해 제주에 들어왔으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방글라데시인 유학생과 같은 항공편에 탑승한 것으로 지난 20일부터 해당 시설에서 격리가 진행 중이었다.




경찰은 A씨가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약을 먹어 온 점 등을 토대로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평소 서울 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아왔고, 지난 20일 해당 질환과 관련된 약을 관할 보건소를 통해 대리처방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는 자가 격리 중 불안 증상을 호소하며 “지인과 함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도 관계자는 “1인 격리가 원칙이나 주간에만 같은 시설에 자가격리 중인 지인과 함께 있도록 해줬고, A씨의 방도 지인의 옆방으로 옮겨줬다”고 말했다.

정신건강 전문의는 정신건강 질환 정도에 따라 격리된 상태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자가격리 방안에 대해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강지언 제주도의사협회장(제주연강병원장ㆍ정신건강 전문의)은 “공황장애 환자들은 발작이 올 경우 극심한 공포에 휩싸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며 “A씨가 이런 극심한 공포에 휩싸인 상황이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복용한 약만 보면 증상이 오래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인재개발원에는 코로나19 관련 관광객 등 시설 격리자 2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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