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당선 후 재산 18억 불린 다선 의원들

입력
2020.07.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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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국회의원 오래 하면 돈 번다
10년 이상 의원 '여의도 터줏대감' 98명 조사
국민 1억 늘 때 10억 늘어… 증가액 1위 김세연
"부동산 등 서민과 괴리된 입법 가능성" 우려


3선 이상 다선 국회의원들이 10년 이상의 재임 기간 동안 재산을 평균 18억원 넘게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재임 기간 중 공격적인 재테크를 통해 재산을 늘린 의원들도 있었다. 2006년부터 2019년까지 13년 동안 일반국민 가구 재산이 평균 1억1,000만원 늘어나는 동안 다선 의원들은 9억7,000만원이 증가했다. 재산이 증가했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지만 ‘국민을 닮은 국회’와는 거리가 있고 ‘그들만의 리그’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서민의 삶과 동떨어진 정책을 쏟아낼 수 있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10년 이상 재임한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의원 취임 첫 해에 신고한 순(純) 자산(총자산-부채)과, 가장 최근 자료인 2020년 3월 국회에 신고한 내역(2019년 말 기준 재산)을 비교해 매년 변동한 순자산(재산) 증가 내역을 분석했다. 국회의원 재산 등록이 1993년부터 실시됐기에, 그 이전에 의원이 된 사람은 93년 신고 재산을 시작점으로 삼았다. 대상자는 20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3선 이상 의원과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4선 이상 의원 98명으로 삼았다. 배우자, 부모 등의 재산이 보고된 경우 합산했다.


평균 18억 4,000만원 늘어...증가액 1위는 김세연

한국일보 분석 결과 조사대상 98명은 국회의원 취임 첫해 보유한 재산이 평균 20억8,000만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3월 발표된 이들 의원의 재산은 평균 39억2,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의원 배지를 10년 이상 달았던 여의도 터줏대감들은 국회에 첫 발을 들인 이후 지금까지 1인당 평균 18억4,000만원씩 재산을 늘렸다는 뜻이다.

조사대상 중 재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정치인은 18~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금수저'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다. 그는 18대 국회 첫 해인 2008년 512억6,0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고, 올해는 이보다 340억7,000만원 많은 853억3,000만원을 신고했다. 동일고무벨트 대주주인 김 전 의원은 보유 주식 평가액이 2008년 296억9,000만원에서 올해617억3,000만원으로 늘어났으며, 부산ㆍ경남 지역에 가진 토지 가치도 94억4,000만원에서 135억7,000만원으로 증가했다. 김 전 의원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재산 증가는 내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주가가 오른 것일 뿐 의정 활동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재산 증가 2위는 무소속 윤상현 의원이다. 2008년 64억6,000만원에서 올해는 165억9,000만원으로 101억3,000만원 증가했다. 윤 의원의 재산 신고분 중 부모 재산(2008년 38억4,000여만원)이 올해 제외됐음에도 증가액이 100억원이 넘는 이유는 그가 2010년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장녀와 재혼한 영향이 컸다. 올해 윤 의원이 신고한 재산 중 배우자 보유분은 124억원이 넘는다.

3위 정우택 전 통합당 의원은 국회에 입성한 첫 해인 1996년 서울 개포동 우성아파트 1억3,000만원, 대전ㆍ충북지역 토지 3억7,000만원어치, 예금 1억4,000만원 등 4억7,000만원을 재산으로 신고했다. 정 전 의원은 이후 15, 16, 19, 20대 국회의원과 2006~2010년 충북도지사를 거치며 재산을 83억5,000만원으로 불렸다. 경기 여주 2만6,000㎡의 땅값이 2008년 8억원에서 2020년 12억원으로 올랐고, 배우자가 부모로부터 2008년 비상장주식 2억7,000만원어치를, 2019년 서울 성수동 빌딩 13억원어치를 각각 물려받은 것이 재산 증식에 기여했다. 현재 그의 재산 내역은 경기 용인과 여주 지역 땅 13억9,000만원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15억4,000만원, 서울 성동구 빌딩 17억2,000만원, 예금 32억2,000만원, 주식 4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재산 증가액 4, 5위는 심재철(74억4,000만원 증가) 전 통합당 의원과 홍문종(71억3,000만원 증가) 전 친박신당 의원이다. 심 전 의원은 비례대표로 의원 배지를 처음으로 단 2000년 30억8,000만원이던 서울 수표동 대지와 건물을 2019년 194억1,000만원에 팔았던 게 재산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사학 재벌인 홍 전 의원의 재산은 1996년 9억8,000만원에서 2020년 81억1,000만원으로 증가했다. 홍 전 의원은 1996년 예금 5억원과 경기 의정부 소재 아파트 1억1,000만원, 채권 1억5,000만원 등의 재산이 있었다. 원외에 있던 2004~2012년 재산을 불려 올해는 경기 포천시 아프리카예술박물관 건물 등 129억원이 넘는 부동산을 재산으로 신고했다. 대신 박물관을 세우며 생긴 빚 등 채무도 83억원이 넘는다.


진영 장관은 배우자 투자 덕 60억 늘어

여권 인사 중에선 17~20대 의원을 지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산 증가액 1위(전체 6위)로 기록됐다. 국회 입성 첫 해인 2004년 진 장관의 재산은 서울 대치동, 서빙고동 아파트 두 채(합계 12억8,000만원)와 예금 4억2,000만원 등 21억4,000만원이었다. 당시에도 적은 재산이 아니었지만, 올해는  80억6,0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16년 만에 재산 60억원을 불린 비결은 배우자의 부동산 투자 덕이었다. 소아과 의사인 진 장관의 부인은 2004년 5억6,000만원이던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아파트를 2019년  매도해 22억2,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2014년에는 서울 용산구 땅 109㎡를 10억2,000만원에 사들였다. 이 땅의 공시가격은 20억원이 넘었지만 반값에 샀다. 진 장관은 당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실거래가가 공시가보다 현저히 낮았다”고 설명했지만, 불과 2년 뒤 용산4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이 통과되며 ‘대박’이 났다. 해당 토지는 아파트와 상가 분양권으로 전환돼 현재 가치가 26억6,000만원에 달한다. ‘딱지 투자’로 16억원 넘는 차익을 남긴 것이다. 문제는 이 땅이 진 장관의 의원 시절 지역구에 있는 곳이라는 점. 진 장관은 지난해 3월 장관 청문회 당시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국민 정서상 송구하며 지적하셔도 달게 받겠다”면서도 “제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선 의원 출신의 문재인 정부 실세 장관들도 재산을 크게 불렸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의원 배지를 단 첫해인 1996년 6억1,0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지만, 현재는 10억원 정도 늘어난 15억6,000만원으로 증가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2004년 8억5,000만원이던 재산이 16년 만에 53억1,000만원으로 6배 정도 늘어났다. 

증가액이 아닌, 증가율 기준으로 보면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만2,900%(2004년 1,000만원→2020년 13억원)로 1위였다. 안 의원은 “생각보다 재산이 많아 나도 놀랐다”며 “지난 16년간 맞벌이로 배우자와 함께 수입을 알뜰하게 모아 늘어난 것일 뿐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등은 태어나서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산 증가율 2위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2004년 1,000만원에서 2020년 12억8,000만원으로 1만2,700% 증가했다. 2014년 지역구인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아파트를 한 채(4억2,000만원) 구입한 것 이외에는 눈에 띄는 재산 변화는 없다. 하지만 2018년 이전까지 심 대표 재산에 반영되지 않았던 모친 아파트(8억5,000만원)가 2019년부터 반영되며 재산 급증에 영향을 줬다. 심 대표는 한국일보에 “모친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내가 보탠 것도 없고 모친도 원치 않아 재산 고지에 포함하지 않았다가, 지난 대선 때 재산 고지를 좀더 충실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와서 가족을 설득해 새로 반영한 것”이라며 “덕양구 아파트는 은행 빚을 내서 샀고 아직 융자를 갚는 중”이라고 말했다. 

증가율 3위는 서울 강동구를 지역구로 뒀던 심재권 전 민주당 의원으로 2000년 1억5,000만원에서 2020년 28억1,000만원으로 1,773% 뛰었다. 배우자 소유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99㎡) 집값이 2000년 9,500만원에서 2020년 7억6,900만원으로 뛰고 배우자가 2017년 전세금 6억5,000만원을 상속받은 것이 주된 증가 요인이다. 둔촌 주공의 같은 평수 매물은 지난해 15억~17억원에 거래돼 실거래가는 심 전 의원이 신고한 가격의 두 배 정도로 추정된다. 심 전 의원은 한국일보에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이 오른 것뿐인데 (재산이 증가했다고 말하는 것은) 과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증가율 4~5위는 정우택(1,677%), 원유철(1,550%ㆍ2,000만원→3억3,000만원) 전 통합당 의원이다. 


조사 대상 중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취임 첫해 재산이 마이너스(-)에서 이후 플러스(+)로 전환된 유일한 사례다. 김 원내대표는 2004년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 순자산이 -1,000만원이었지만 2020년 공개된 재산은 8억2,000만원이다.

다선 의원들 중에선 취임 첫해와 비교해 재산이 줄어든 의원들도 있다. 강석호, 여상규, 안상수, 문희상, 이학재, 박지원, 박순자, 조원진, 서청원, 원혜영 등 전직 의원 10명이다. 강석호 전 의원은 보유한 토지와 주식이 줄어들면서 재산이 2008년 192억1,000만원에서 163억원으로 29억1,000만원 감소했다. 20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여상규 전 의원은 예금이 40억원에서 29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으로 재산이 15억8,000만원 감소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1993년 15억6,000만원에서 2020년 4억4,000만원으로 11억2,000만원 줄었다. 최근 재산 신고에 장남 석균씨가 보유한 채무 32억6,000만원 등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재산 증가, 일반 국민 1억 對 다선 10억

다선 국회의원들의 재산 증가 규모는 일반 국민과 비교해 높은 수준일까. 통계청이 표본 조사를 통해 처음 가구당 평균 순자산 규모를 조사해 발표한 시기는 2006년이다. 그해 가구당 평균 순자산은 2억4,000만원(총자산 2억8,000만원-부채 4,000만원)으로 조사됐다. 가장 최근 발표된 순자산 통계는 2019년 자료로 가구당 평균 순자산이 3억5,000만원(총자산 4억3,000만원-부채 8,000만원)이다. 따라서 일반 가구의 순자산은 지난 13년간 평균 1억원 정도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조사 대상 다선 의원 98명 중 2006년 재산 현황이 기록돼 일반 국민과 비교가 가능한 인물은 62명이었다. 이들의 2006년 재산은 평균 17억9,000만원(2007년 신고분)이었지만, 2019년에는 27억6,000만원(2020년 신고분)으로 늘었다. 증가액이 9억7,000만원으로 일반 가구 증가액의  9배 정도다. 같은 기간 재산 증가율을 보면 국회의원이 54.0%로 일반 국민(45.8%)보다 8.2%포인트 높았다. 국회의원을 오래 하면 권력과 명예를 얻을 뿐 아니라 돈을 버는 데도 나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재산만 추려 봐도, 일반 가구는 2006년 2억1,000만원에서 2019년 3억원으로 9,000만원(약 43%) 증가했다. 국회의원 62명의 부동산 가치는 같은 기간 11억6,000만원에서 15억6,000만원으로 4억원(34.5%) 불어나, 일반 가구보다 4배 정도 많았다. 

다만 증가율은 일반 가구보다 낮게 나왔는데, 이에 대해선 국회의원의 부동산 재산이 과소 평가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이낙연 의원은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잠원동 동아아파트(전용면적 84.91㎡) 가격이 11억4,40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그런데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같은 아파트 84.91㎡ 매물은 지난해 15억~19억8,000만원 사이에서 거래됐다. 실제 이 의원은 잠원동 아파트를 올해 2월 19억5,000만원에 팔았다. 유승민 전 의원은 서울 개포동 경남아파트(전용면적 149.21㎡)가 13억6,000만원이라고 신고했는데 지난해 실거래가는 21억~22억원 선이었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 재산 공개 시 부동산 자산은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중 높은 것을 보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거래가의 정의가 불분명해 의원들 대부분이 공시가격으로 신고하는 등 실제 가격보다 낮게 신고하는 실정이다.

여의도 터줏대감들, 서민 어려움 공감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 증가 자체를 나쁘게 볼 이유는 없지만, 10년 이상 또는 20년 가까이 '여의도 터줏대감'으로 생활해온 국회의원들이 일반 국민의 삶과 점점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국회의원들이 막대한 재산을 가지며 점점 서민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부동산 자산가가 많은 20대 국회가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 것이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은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국가의 녹을 먹는 공직자로 보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재산 변동, 어떻게 조사했나

한국일보는 10년 이상 국회의원 경력이 있는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이  배지를 달고 있는 동안 재산을 얼마나 불렸는지 조사했다. 국회의원이 되면 명예와 권력만 얻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실증적으로 확인해 보기 위함이다.

그 동안 매년 공표되는 국회의원 재산을 전년도와 비교해 1년 단위로 증감을 다루는 경우는 많았지만, 다선 의원들의 재산 상황을 개인별로 장기 조사해 변동 흐름을 분석한 경우는 없었다.

국회의원이 된 첫해 재산을 시작으로 매년 재산 내역을 분석한 뒤, 가장 최근 통계인 2019년 말 기준 재산 정보를 담고 있는 2020년 3월 발표 재산과 비교했다. 국회의원 재산은 매년 3월 국회 공보를 통해 외부에 공표된다. 의원들의 재산 규모를 파악할 때는 부채를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純)자산 개념을 활용했다.

의원들의 전체 재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금액은 별도로 분석했다. 금융자산은 현금 흐름과 정치자금 규모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부동산 자산의 변동을 살펴본 것이다. 아울러 지역구 이외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와 상장ㆍ비상장 주식을 일정액 이상 보유한 경우도 따로 살펴봤다.

다선 국회의원의 재산을 일반인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지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와 비교했다. 표본조사인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국내 가구의 순자산 규모를 측정해 공표하는 유일한 통계 조사이다. 2006년 처음 실시됐고 2010년 이후로는 매년 발표되고 있다.

이성택 기자
이혜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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