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후배 앞길을 위해 명예퇴직도 하던데." "퇴직 선배님, 제발 광주시청에 오지 마세요."
요즘 광주시청 내부 행정포털시스템의 익명 게시판인 ‘열린 마음’이 시끄럽다. 이용섭 광주시장의 새 비서실장(4급) 임명을 두고서다. 이 시장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공로연수 중인 A(3급)씨를 7월 정기인사 때 별정직 비서실장으로 앉힐 것이라는 하마평이 돌면서 게시판엔 직원들의 불만 가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과 댓글들은 A씨가 직급을 낮춰 공직자로 재취업하려는 데 대한 쓴소리가 대부분이지만, 사실 여기엔 인사권자인 이 시장을 향한 따가운 시선이 녹아 있다.
"남이 씹던 껌 또 씹는단다. 단물도 안 나오는 남이 씹던 껌을." 한 직원은 아예 대놓고 이렇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직원은 "(이 시장이)인사혁신을 한다더니 은근 슬쩍 혁신은 없어지고 인사만 남았네. 인사혁신은 헌신짝처럼 버렸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원은 "3번 사기 당하셔서 우리시 이미지 타격을 주신 분(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집권했을 때 인사권 휘두르시던 분이 다시 온다면서"라며 "회전문 인사가 재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를 놓고 직원들은 "법으로 퇴직 선배님 시청 못오게 하는 법 좀 만들어 주세요", "주변을 왜 어슬렁 어슬렁", "퇴직하면 우리 모두 자연인으로 살아요"라는 조롱 섞인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뒷말은 무성하다. 이른바 복도통신으로 불리는 시청 내 소문엔 자극적인 내용도 들린다. 실제 5년 전, 설을 앞두고 수상한 돈봉투와 뭉칫돈, 상품권 등을 갖고 있다가 국무조정실 소속 암행감찰반에 적발됐던 A씨의 과거 전력이 비서실장 부적격 논리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직원들 사이에선 "시청 직원인 A씨의 부인이 한 자리에만 10년 이상 버티고 앉아 있는데, 이건 누구 '빽'이 작용한 거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A씨 만큼 시청 조직을 잘 아는 사람이 있느냐"는 옹호성 견해도 있다.
이처럼 직원들이 반발하는 속내는 이 시장이 3급을 설득해서 후배들을 위해 용퇴를 시키든지, 외부에 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하든지 해야 하는데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전관을 끌어들여 인사적체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는 A씨 내정설을 둘러싸고 내부 여론을 파악하는 등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이 시장의 과거 발언까지 소환하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하위직 직원은 "혁신을 입버릇처럼 강조했던 이 시장이 인사와 관련해서도 '인사 혁신이 없는 조직 혁신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지금 광주시의 모습은 어떤지 묻고 싶다"며 "이래 저래 A씨 내정설 문제로 직원들이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