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급등하던 우선주들이 줄줄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기업 실적과 관계 없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과열 흐름을 보이더니 이제는 하루 20% 이상씩 곤두박질 치고 있다. 우선주 ‘폭탄 돌리기’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투자자가 대거 쏟아질 거라는 우려가 높아진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 하한가를 기록한 10개 종목 가운데 3개가 우선주(한화우, 한화솔루션우, 일양약품우)였다. 이들 3개 종목은 투자 과열로 지난 19일 하루 거래가 정지됐다가 이날 증시 개장과 동시에 폭락했다.
우선주 급등의 첫 테이프를 끊었던 삼성중공업우선주(삼성중공우)의 등락폭이 가장 드라마틱하다. 삼성중공우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4.07% 급락한 44만9,500원에 마감했다. 지난 19일(-20.43%)에 이어 2거래일 동안에만 40% 가까이 추락한 것이다. 19일엔 장 시작과 동시에 29.03% 치솟으며 96만원을 터치했지만 이내 20% 이상 하락 반전하는 등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했다. 삼성중공우는 지난 2일부터 17일까지 무려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이 무려 1,265%(약 13배)에 달했다.
이 밖에 남양유업우(-12.15%), JW중외제약우(-12.20%), KG동부제철우(-10.61%), DB하이텍1우(-10.33%) 등 최근 급등해 온 우선주들이 전 거래일에 이어 이날도 줄줄이 급락했다.
최근 우선주들은 기업 실적과는 상관 없는 이상 급등 현상을 보여 왔다. 증권업계에선 다른 종목의 주가가 사실상 오를 만큼 올라 갈 곳 잃은 자금이 우선주에 유입됐다고 보고 있다. 시중에 막대하게 풀린 풍부한 유동성(현금)이 주식시장에 들어오면서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적었던 주식을 대거 끌어올리는 이른바 '순환매 장세'가 이어졌다는 얘기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증시가 방향성을 잃어 짧은 구간에서 순환매가 발생, 우선주 이상 급등 현상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그간 우선주 급등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선주는 상장주식 수와 시가총액이 적어 대체로 유동성이 적다. 적은 거래로도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는 탓에 투기 세력의 조종 타깃이 되기 쉽다. 소수 투자자들이 공모해 높은 호가를 제시하면 주가를 띄우기 충분한 조건이란 뜻이다. 이에 거래소도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우선주 ‘폭탄 돌리기’가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 분위기 속에, 개인 투자자의 피해가 속출할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로 개인들은 이달 들어 18일까지 최근 폭등한 우선주 7개 종목(한화솔루션우, 삼성중공우, 남양유업우, 한화우, 일양약품우, JW중외제약우, 남선알미우)을 약 44억원 어치나 사들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량이 적은 우선주는 소위 '물린' 상황(주가 하락 때 팔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라도 무조건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닐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