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ㆍ모차르트!ㆍ브로드웨이 42번가… 코로나 시대라 더 절절하다

입력
2020.06.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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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대공황 등 소재·배경이 코로나 맞은 현실과 겹쳐보여


올 여름 대극장 뮤지컬 ‘빅3’로 꼽히는 ‘렌트’ ‘모차르트!’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마침내 모두 공연에 돌입했다.  코로나19시대 괜찮을까, 라는 질문이 무색하게 관객석은 마스크로 꽁꽁 싸맨 이들로 가득하다. 

이 세 작품 공연 진행 여부를 두고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이게 만든게 코로나19라면, 역설적으로 이 세 작품을 지금 이 땅에 있을 만한, 그럴 듯한 현실로 만들어준 것 또한 코로나19다.  



이보다 더 동시대적일 수 없는, ‘렌트’

‘렌트’의 초연은 무려 24년 전인 1996년. 하지만 낡았다는 느낌은 없다. 조너선 라슨이 19세기 파리 뒷골목 풍경(오페라 ‘라보엠’)을 20세기 뉴욕의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얘기로 옮겼다. 그 시절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공포는 에이즈, 그리고 그 원인으로 지목된  동성애였다. 이 설정이 코로나19 시대를 맞은, 21세기 서울과 놀랍게도 비슷하다. 에이즈는 이제 병이 아니라 상징이자 은유다. 이보다 더 동시대적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렌트'는 우리에게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도 일러준다. 서로 손을 내밀어 힘껏 사랑하라는 것. 어떤 갈등, 어떤 상처가 있어도 사랑이 버텨준다면 그 자체가 희망이라고 알려준다. 마치 케이퍼무비(범죄영화) 같은 연기 호흡으로 청춘의 표상을 그려낸 오종혁, 장지후, 김수하, 전나영 등 젊은 배우들도 반짝반짝 빛난다. 8월 23일까지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시대와 불화하며 성장하는 청춘,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제목 자체만도 고전적이건만, 거기에도 21세기가 녹아 있다. '음악천재'를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이기를 꿈꾼 인물로 모차르트를 그리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자신의 옭아매는 대주교, 엄격한 아버지 등을 피해 떠난다. 하지만 그가 만나게 되는 건 그저 자신을 이용해먹을 뿐인, 냉정한 세상. 상대의 사악함만큼이나 볼프강 자신의 미성숙함이 문제였다. 

그럼에도 청춘은 청춘이기에 날아오르기를 계속한다. “험한 세상 너 사는 이유, 이 모든 걸 알고 싶다면, 너 혼자 여행 떠나야만 해.” 모차르트를 위로하는 노래 ‘황금별’이 커튼콜 무대에 다시 울려퍼지면, 올해 앵콜 곡으로 왜 이 노래가 선택됐는지 가슴으로 깨닫게 된다. 8월 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쇼 머스트 고 온, ‘브로드웨이 42번가’

1980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보인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시기 공연계 얘기를 다룬다. 일거리 하나가 아쉬운 시절, 유명 제작자가 새 뮤지컬을 올리게 되고 모두들 “일자리가 생겼다”며 기뻐한다. 하지만 여주인공이 갑작스럽게 부상을 입게 되고 신인배우가 투입된다. 신인배우의 두 어깨에는 공연뿐 아니라 단원들의 생계까지 얹혀 있는 셈이다. 

코로나19가 대공황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요즈음이 겹쳐보이지 않을 수 없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무대가, 꿈이, 희망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끊임없이 노래한다. 박진감 넘치는 탭댄스, 화려한 군무에 눈길을  빼앗겼다가도 무대를, 꿈을, 희망을 향한 그들의 노력에 위로를 받는다.

“쇼 머스트 고 온(The Show Must Go On).”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외치듯, 코로나19시대에도 삶은 계속돼야 한다. 8월 23일까지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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