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적립금 극과 극... "정부 등록금 지원 가려가며 해야"

입력
2020.06.22 14:52
일부 사립대학에 적립금 몰려있어 적립금 없는 대학도 9개에 달해 여건에 맞는 대학지원 목소리 높아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해 정부와 여권이 대학 지원을 통한 우회적인 지급을 검토하는 가운데, 대학 여건에 따라 지급 규모와 방식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유 자금으로 쌓아둔 교비회계 적립금이 많게는 수천억원씩 차이나는 등 대학들의 재정 상황이 상이한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학별 지원에 올해 1학기 수익 실사와 더불어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주요 13개 사립대학이 전국 적립금 43%차지

22일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 주요 13개 사립대학이 사용하지 않고 쌓아둔 교비회계 적립금은 2018년 기준 3조3,680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전국 156개 사립대학 교비회계 적립금 총액이 7조8,26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소수의 사립대가 적립금의 43%를 독식하는 셈이다. 교비회계 적립금은 등록금과 기부금, 법인 전입금 등 대학 수입에서 운영비를 제하고 남은 수익을 모은 돈이다. 대학의 재정건전성 지표로 쓰이지만, 한편으로 목적도 없이 무리하게 적립되거나 부적정한 곳에 쓰여 사학재단의 ‘곳간’으로 불리며 비판받아왔다.

사립대학 적립금은 몇 년간 꾸준히 감소해왔다. 2013년 9조694억원에서 2014년 8조1,887억원으로 줄어든 뒤 매년 소폭 감소하며 8조원대를 기록하다 2018년 7조원대로 내려갔다. 재정수입의 54%를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 구조에서, 교육부가 등록금 동결정책을 십수년째 이어가고 학령인구마저 줄면서 재정수입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대학 별 양극화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등 주요 13개 사립대의 평균 적립금은 2,590억원인 반면 적립금이 100억원에도 못 미치는 대학이 67개에 달했다. 심지어 적립금을 한 푼도 모아 놓지 못한 대학도 9개다.

‘주요 대학’ 사이의 편차도 심하다. 홍익대(7,796억원)와 이화여대(6,413억원), 연세대(5,905억원)와 고려대(3,649억원)가 수천억원씩 적립금을 쌓아둔 반면 서강대와 한국외대는 452억원, 141억원에 불과했다.


대학, 곳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학생과 소통해야

1학기 등록금 일부 반환을 약속한 건국대의 경우 교비회계 적립금이 772억원으로 주요 13개 대학 중 11번째를 차지했다. 대학의 재정 상태보다 전향적 자세가  갈등을 풀어가는데 중요하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학생들도 대학이 사태 해결에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온라인개강으로 학습권을 침해받고 재산상 손해를 얻었다고 교육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다훈 인하대 학생은 “대학이 등록금에 책정된 시설물사용료를 부당이득으로 얻었고, 온라인강의의 본질적 한계 때문에 강의 질이 현저히 떨어졌다. 납부한 등록금에 상응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에 등록금 반환 요구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비적립금을 등록금 일부반환 재원으로 사용해야하고, 교육부가 나서 관련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희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적립금이 대규모 사립대에 집중된 만큼 등록금 반환 재원으로 적립금을 쓸 수 없는 대학이 많아 등록금 사태 해결에 정부 간접 지원은 필요하다”면서도 “대학이 재정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논의했다면 이런 갈등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갈등을 해결하려는 대학의 자발적인 태도가 (정부 지원의) 전제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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