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김정은 믿지 않아" 볼턴 회고록서 드러난 일본의 대미 외교전

입력
2020.06.21 23:04
4. 27 남북정상회담 후 한일 정상 상이한 주문 문 대통령 "1년 내 비핵화 요구에 김정은 동의해"  아베 "북한, 비핵화와 납치문제 구체적 약속해야" 이듬해 하노이 회담 후에도 "대북제제 지속 중요"


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상반된 주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제재의 지속을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꾸준히 주문해 왔다.  오는 23일 공식 출간될 예정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그 일이 있었던 방: 백악관 회고록’에는 남북 및 북미 대화 국면에서 소외돼 있던 일본 정부의 대미 외교전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다음날인 2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포함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며 “김 위원장에게 1년 내 비핵화를 요구했으며 그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자신이 이 모든 것(대북관계)에 얼마나 많은 책임을 지고 있는지를 한국 언론에 알릴 것을 요구했다고 볼턴은 소개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 다음에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과도한 낙관적 관점’과 반대로 "김 위원장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비핵화뿐 아니라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분명한 약속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강하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켰다.

그는 이후 5월 4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을 만난 내용도 소개했다. 정 실장은 당시 4ㆍ27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미국과 공유하고 동시에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5월말 한미정상회담을 조율하기 위해 볼턴 전 보좌관을 찾았다.

볼턴 전 보좌관은 정 실장과의 만남 후 같은 날 야치 전 국장이 자신의 사무실을 찾은 것은 (당시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소외된) 일본이 전체적 과정을 얼마나 긴밀하게 따라가려고 하는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야치 국장은 서울에서 들려오는 행복감에 맞서길 원했고, 북한의 전통적인 ‘행동 대 행동’ 접근법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적었다.

또 당시 일본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의 핵무기에 국한하지 않고 대량살상무기(WMD)의 영구적 폐기를 요청했다. 아베 정부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 일본을 사정권에 두는 단거리ㆍ중거리 탄도미사일도 함께 폐기하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에 거듭 요청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듬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인 4월 미국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영변 외 다른 핵 시설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를 하면서) 회담을 결렬시킨 것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고, 이에 아베 총리는 "결과는 긍정적이었다"며 맞장구쳤다. 아베 총리는 또 "(김정은이 싫어하는) 대북제재를 지속하고 북한과 손 쉬운 합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강조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동의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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