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봉쇄' 동남아, 밀입국에 마약 확산 우려까지

입력
2020.06.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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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라오스ㆍ캄보디아 밀입국 대규모 단속 시작 동남아 마약도 코로나19 혼란 틈타 대거 유통



감염병을 막으려 빗장을 걸어 잠갔더니 엉뚱한 데서 문제가 터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폐쇄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밀입국과 마약 밀반입이란 새 골칫거리가 생겼다. 밀입국자들이 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슈퍼전파자'가 될 우려가 커지고 구멍난 방역 체계에 편승해 동남아에 만연한 마약거래도 폭증할 조짐이다. 

21일 태국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태국 정부는 최근 라오스와 캄보디아에서 밀입국한 노동자들이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태국은 일부 기업인들의 예외 입국을 제외한 모든 국경 교통과 하늘길을 봉쇄한 상태다. 하지만 두 나라 노동자들이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로 생활고에 직면하자 태국과의 국경 지대인 우본 라차타니ㆍ농카이ㆍ시사껫 지역 등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착팁 차이진다 태국 경찰청장은 "경찰과 군대가 협력해 북동부 국경지대 밀입국 정보를 현장에서 직접 파악하고 있다"며 "앞으로 보다 광범위한 단속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이 밀입국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들 노동자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새로운 진원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라오스와 캄보디아 정부는 이날까지 각각 19명, 129명의 확진 환자만 나왔다고 주장하나, 태국 언론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진단키트와 검역소를 고려하면 태국에서 돌아간 노동자 수만명의 10분의1도 검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거꾸로 미얀마 정부는 19일 확인된 신규 확진자 23명 중 19명이 태국에서 온 인원이라는 점을 들어 태국 측 방역 능력을 의심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의 반목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쁜 마약 유통 문제로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동남아 각국은 '골든 트라이앵글'이라 불리는 미얀마, 라오스 국경지대에서 생산된 마약이 밀입국자 등을 통해 유입되면서 치안에 비상등이 켜졌다. 각국이 코로나19 방역에 모든 신경을 쏟아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마약범죄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실제로 태국 경찰은 지난 몇 달간 농카이 지역 등에서 500만개 이상의 알약형 마약과 대량의 대마초를 압수했다. 미얀마 경찰 역시 지난달 샨 지역 등에서 엄청난 분량의 변종 필로폰을 찾아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측은 "코로나19에도 동남아 마약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각 지역마다 공급이 급증해 필로폰 가격이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는 형편"이라고 우려했다.

전날 필리핀에서 943명의 신규 감염이 발생하는 등 동남아의 코로나19 사태는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기준 필리핀의 누적 확진자는 2만9,400명, 사망자도 1,150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의 누적 감염도 각각  4만5,029명,  4만1,833명이다. 인도네시아는 올 들어 이집트줄모기 등이 옮기는 뎅기출혈열(DHF) 환자도 6만4,251명이나 나와 감염병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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