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ㆍ매수 꿈도 못 꾸는데… 청년층 "갭투자도 막혀 내집 마련 물거품"

입력
2020.06.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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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청약 점수 채우기 불가능 전세 끼고 그나마 내집 마련했는데 "청년 실수요자 고려 안 한 대책"


지난달 결혼식을 올린 김모(32)씨에게 지난 주 정부가 발표한 '6ㆍ17 부동산 대책'은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급한 대로 전세아파트를 구한 그는 '내 집 마련'을 위해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 이 같은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김씨는 "물려 받은 재산도 없고, 청약점수도 턱없이 낮아 분양은 꿈도 꾸기 어렵다"며 "갭투자까지 막히니 이번 생에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해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무주택 청년층이 유탄을 맞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매매나 청약은 물론이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갭투자마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년층에 대해선 별도의 주거지원책을 내놓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토부에 따르면  6ㆍ17 대책으로 서울 및 수도권에서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매하면 전세대출이 회수돼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지난달 서울 하위 20% 아파트의 평균가격은 3억9,776만원. 서울의 경우 갭투자를 통해 살 수 있는 가격대의 아파트 자체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갭투자는 젊은 층이 집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내 집에서 거주'하는 서울 및 수도권 20~34세 청년가구는 12.7%에 불과했다. 이는 2018년 15.6% 대비 2.9%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거주 여부에 관계없이 '내 집이 있다'고 답한 서울 및 수도권 청년가구도 14.8%에 그치며, 전년 17.4%보다 2.6%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수도권의 아파트는 청년들이  자력으로 살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은 지 오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가구소득 대비 매매가격 배율(PIR)은 올해 1분기 기준 11.7배로, 2013년 3분기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였다. 이는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2년 가까이 모아야만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청약을 통해 아파트를 사는 것도 쉽지 않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1~5월 전국 전용면적 85㎡ 이상 청약 당첨자의 평균 점수는 50.87점에 달했다. 청약점수 50점은 부양가족 2명(15점)인 30세 이상을 기준으로 무주택기간 10년(2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1년(13점)을 유지해야 도달할 수 있는 점수다. 30대는 당첨이 안 된다는 뜻이다. 특히 서울은 61.38점에 달했으며, 경기와 인천도 각각 48.99점과 53.60점을 기록했다.


정부 대책이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정부는 연이틀 해명 자료를 내며 진화에 나섰다.  이미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중을 민영주택 기준 10%포인트 상향했고, 실수요자 요건을 충족하면 규제지역 내 LTV 비율도 10%포인트 완화해주고 있단 것이 골자다.

그러나 수혜 대상이 지나치게 한정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소득의 120%(맞벌이는 130%) 이하여야 자격을 받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도시근로자 2인가구의 월평균소득은 427만9,942원. 자녀가 없는 맞벌이 신혼부부는 2분기 기준 가구 월소득이 556만3,924원 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75%는 월평균소득의 100%(맞벌이는 120%)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간다. LTV 완화 또한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여야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 주택 실수요자의 혜택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다주택자의 갭투자는 투기적 요소라고 볼 수 있으나, 3040세대는 주거점유 상향 이동이 주 목적이기에 실수요로 보는 것이 맞다"며 "실수요자로 확인되면 주택대출을 크게 확대해주거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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