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다시 번지는데... 3개월만에 대규모유세 강행한 트럼프

입력
2020.06.2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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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만에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코로나 탓 좌석 3분의 1 이상 비어 행사 준비 스태프 6명 양성 판정 "코로나 검사 줄여야" 연설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감염병 확산 우려에도 3개월 만에 대규모 대선 유세를 재개했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비난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연 야외 행사였으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대선 운동의 새 국면을 도모하려던 트럼프가 타격을 입었다(폴리티코)"며 악수(惡手)를 뒀다는 평가만 무성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저녁 오클라호마주(州) 털사 오클라호마은행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 행사는 전체 좌석(약 1만9,000석)의 3분의1 이상이 비어 있는 상태로 진행됐다. 앞서 "100만명 이상이 입장권을 원했다"는 트럼프 캠프 측의 호언장담을 무색케한 결과였다. 관중 부족으로 센터 외부 연설은 아예 취소됐다.  트럼프 측은 "행사장 밖 시위대가 유세 참석을 막았다"며 저조한 참여의 원인을 시민에게 돌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진짜' 이유였다. 이날 행사는 털사 보건당국 등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릅쓰고 강행됐다. 오클라호마주의 최근 코로나19 급증세는 심상치 않다. 오클라호마의 18일 하루 신규 확진자 수(450명)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털사 카운티(누적 확진자 2,206명)는 주 내에서도 환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심지어 이번 행사를 준비하던 스태프 중 6명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NYT는 "트럼프를 경호하는 비밀경호국 요원 2명마저 유세 직전 코로나19에 걸렸다"고 전했다.

연설 내용도 논란 투성이었다.  트럼프는 이날 "광범위한 검사가 확진자를 너무 많이 양산한다"면서 코로나19 검사를 줄여야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폈다. 물론 행사에 참석한 열성 지지자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독일을 끌어 들여 해외주둔 미군 감축의 정당성도 재차 설파했다. 그는 "나는 (주독 미군을) 5만명에서 2만5,000명으로 줄이자고 했다"면서 "그들(독일)이 오랫동안 돈을 갚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또 언급한 것이다. 또 코로나19발(發) 실업대란에 대해선 조만간 비자 관련 사항을 발표하겠다면서, 여전히 해법을 외국인 노동자 입국 제한에서 찾았다.

"우리의 아름다운 기념물들을 폄훼하며  역사를 파괴하고 있다"며 반(反)인종차별 시위와 관련한 시위대의 행동 역시 강하게 비난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를 중국 무술 쿵푸에 빗대 '쿵 플루(kung flu)'라고 칭하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만 보탰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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