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으로 사의를 표명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 사표를 수리했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을 전날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함께 해 이번 인사가 문책성이 아닌 쇄신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후임으로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판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여권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외교ㆍ안보라인 전면 쇄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전날 김 장관과 만찬을 함께하며 사의 표명에 대한 입장을 경청했다”면서 문 대통령의 김 장관 면직안 재가 소식을 전했다. 문 대통령이 우선 통일부 장관에 대한 ‘원포인트 개각’으로 인선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회 상황을 감안해야 하지만 인선 마무리까지 한 달을 넘기지 않을 것이란 게 여당 내 전언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임종석 전 실장이 문 대통령의 요청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 전 실장은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직접 만나는 등 북한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사라는 평가도 받는다. 물론 임 전 실장 측이 민간 영역에서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고,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공세가 필요 이상으로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은 문 대통령이 사람을 아낄 때가 아니다”라고 임 전 실장 역할론에 공감대가 있음을 시사했다.
3선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 장관을 맡고, 임 전 실장이 1.5트랙(반민반관) 트랙에서 활약하는 역할 분담론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참여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 보좌관을 맡기도 했던 홍 의원은 북한경제학을 연구한 학자이기도 해 남북경협 문제에 해박하다. 지역구를 물려받았을 정도로 임 전 실장과 인연이 깊어 정부와 민간에서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통일부 내부에서는 이인영 민주당 의원도 꾸준히 하마평에 오른다.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의원으로 힘있는 장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이 당분간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인물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문재인 정부 첫 통일부 차관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초석을 놓는 데 기여한 천해성 전 차관이 적임자라는 평가다. 서호 차관의 내부 승진 시나리오도 여전히 살아 있다. 여권에서는 민간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대표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용선 의원의 깜짝 발탁 가능성도 거론된다.
쇄신론이 불거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재정비 여부는 통일부 장관 인선 경과를 지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정의용ㆍ서훈 투톱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이 워낙 깊은 데다 외교안보라인까지 교체할 경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틀이 흔들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물론 문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으로 어떤 카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역할 재조정이 불가피해 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문 대통령이 어떤 전략적 결단을 하느냐에 달렸단 뜻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전적으로 인사권자가 결정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