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색깔이 맥주와 비슷하면 물 더 마시고, 맹물 같으면 줄여야"

입력
2020.06.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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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김성권 서울대병원 명예교수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병원에 오는  환자들에게서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가장 흔한 질문이 '물을 하루에 8잔 이상 마셔야 하느냐', '땀을 흘린 뒤 물을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하니 나트륨(소금)을 더 챙겨 먹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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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을 적절하게 마시는 판단 기준은 내보내는 양이다. 성인의 하루 물 배출량은 2.6L 정도로 페트병 큰 것(2L)과 작은 것(0.5L)을 합친 분량쯤 된다. 콩팥에서 걸러져 소변으로 배출되는 물이 1.5L이고, 그 밖에 땀(0.5L), 호흡(0.4L), 대변(0.2L) 등으로도 나간다. 배출한 양만큼 섭취하면 물이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는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식사로 섭취하는 물은 하루 1~1.5L이다. 하루 배출량(2.6L)에 맞추려면 1.6~1.1L를 더 마셔야 한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컵의 용량은 200mL 안팎이므로 8잔이 1.6L다. 이는 식사로 섭취하는 물의 양이 가장 적은 사람에게 해당되므로 모든 사람이 8잔을 마실 필요는 없다. 음식은 그 안의 물 외에 소화되면서 0.3~0.5L의 물을 더 만든다. 따라서 물ㆍ우유ㆍ음료ㆍ커피 등을 하루 5~8잔쯤 마시면 물 부족 현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만으로 안심할 수 없으면 소변 색깔을 보면 된다. 물을 적절히 섭취하면 소변은 연한 갈색을 띤다. 만약 소변 색깔이 맥주와 비슷한 진한 갈색을 띠면 물을 더 마시고, 소변이 맹물 같으면 물 섭취를 줄이면 된다.

 하루 소변 양은 호르몬이나 콩팥에 이상이 있으면 0.5L까지 줄기도 하고, 큰 페트병 10개 분량(20L)으로 많아지기도 하는 등 상황에 따라 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여름에는 물을 마실 때 나트륨(소금)을 별도로 섭취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땀으로 나트륨을 많이 배출한 상태에서 물을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열악한 기후 조건에서 진행되는 익스트림 스포츠나 몇몇 질환을 제외하면, 일상생활에서 저나트륨증이 생길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군인들도 행군이나 훈련을 할 때에 소금을 따로 보급하여 먹지 않는다.

 세포에 물이 드나들게 하려면 세포 안팎에 삼투압 차이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나트륨이 중요하게 작용하므로 소금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최근의 연구 결과와 거리가 있는 주장이다.

 세포에 물을 공급하는 데는 삼투압보다 세포벽에 있는 ‘물 길(aquaporin)’이란 단백질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은 물 길을 따라 매우 빠른 속도로 세포 속으로 들어간다.

 예를 들어 콩팥의 사구체에서 혈액을 걸러 만들어진 소변은 방광으로 가기 전 세뇨관을 통과한다. 이때 포도당ㆍ알부민ㆍ무기영양소 등과 함께 물이 재흡수되는데, 여기에도 물 길 단백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세포에는 물 길 단백질이 있으므로 세포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트륨을 추가로 섭취해야 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물에 대한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60세를 넘으면 탈수증이 발생해도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할 수 있으므로 고령인은 물 섭취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간헐적 단식이나 다이어트 등으로 식사량이 적으면 물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물을 챙겨먹어야 한다.

 탈수증도 주의해야 한다. 탈수증의 주증상은 피로감ㆍ호흡 가빠짐ㆍ맥박 증가 등인데 가장 중요한 것이 갈증이다. 탈수증이 발생하면 바로 그늘로 이동해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OO수(水)’ 등 여러 종이 출시돼 특별한 물이라고 내세우고 있으나 그 효능이 의학적으로 증명됐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물은 물일 뿐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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