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경기 이천시 물류센터 화재참사와 같은 대형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도 개정해 산업재해 책임 기업에 대한 경제적 제재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고용부와 국토교통부, 법무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수립한 대책이다.
정부는 먼저 ‘다중인명피해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을 마련해 올해 안에 국회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는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이 있는 사업주를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법정형은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불과하다. 더욱이 사망자가 한 명이든 수십 명이든 처벌수위가 비슷해 이천 참사처럼 다수가 사망한 재해에 대해서는 처벌 실효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특례법 추진은 중대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라는 노동계의 요구가 수용된 것이다. 다만 법은 노동계가 요구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재해 발생 시 범죄 주체를 법인(기업)으로 보는 반면, 특례법은 사업주에 묻는 과실치사죄의 법정형을 상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법무부 관계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완전히 다르게 가겠다는 것은 아니며,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안이나 이번 국회에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낸 법안 등도 참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산안법을 개정해 과징금 등 경제제재로 기업에 산재 책임을 묻는 방안도 마련한다. 또한 경영책임자가 사업장 안전관리에 대해 직접 보고하도록 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정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법인과 경영책임자의 책임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올해 말까지 법 개정을 추진한다.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된 개정 산안법에 맞춰 양형기준과 검찰 구형기준 상향조정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공사 계획ㆍ설계 단계에서 기업이 작업별 적정 공사기간을 산정하도록 하고 무리한 공기 단축을 시도할 경우 이를 형사처벌 하기로 했다. 이천 참사도 공기 단축을 위해 많은 인력이 한꺼번에 투입된 것이 한 원인으로 조사됐다. 현재 임의가입 대상인 근로자 재해보험 가입도 의무화하고, 보험료의 일부는 발주자가 부담하게 된다.
이재갑 장관은 “이번 대책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고 안전을 소홀히 하여 발생하는 사고의 재발 방지에 초점을 두었다”며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이번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현장에서 실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