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 사찰 벽화인 ‘부석사 조사당 벽화’(국보 제46호)가 수리에 들어간다. 강점기 일본이 틈에 넣은 석고 탓에 그림 전체가 하얘지는 등 손상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경북 영주에 있는 부석사 조사당 벽화의 보존 처리에 착수한다고 18일 밝혔다. 보존 처리는 오래된 문화유산의 원형이 더 훼손되지 않도록 보수해 최대한 수명을 연장시키는 일이다.
현재 이 벽화는 일제 강점기 때 사용된 보존 처리 재료인 석고 때문에 벽화면 전반이 백색으로 오염됐고, 석고가 열화(劣化)하며 채색층을 벗기거나 들뜨게 한 상태다. 보강된 균열부 주변에 추가 균열이 발생하는 등 구조적인 손상도 심해지고 있다.
벽화는 일제 강점기인 1916~18년 조사당에서 해체ㆍ분리됐고, 6폭 그림이 각각 벽체 뒷면 일부가 제거된 상태에서 석고로 보강돼 나무 보호 틀에 담겼다. 표면의 균열 부위는 석고로 메워졌고, 이후 부석사 무량수전(국보 제18호)과 보장각을 거쳐 성보박물관에 보관ㆍ전시돼 왔다.
부석사 조사당 벽화는 의상대사(625~702) 초상을 모신 부석사 조사당(국보 제19호)의 안쪽 벽면에 그려진 불교 회화로, 목재 골조 위에 흙벽을 만들어 다양한 안료로 채색한 그림이다. 부처님과 가르침을 수호하는 제석천(帝釋天), 동서남북 사방으로 불법을 지키는 사천왕(四天王), 제석천과 함께 부처님을 옆에서 모시는 범천(梵天)이 6폭에 담겼는데, 조사당이 건립된 1377년(고려 우왕 3년)에 제작된 것 같다는 게 문화재청 설명이다.
문화재청은 부석사 조사당 벽화를 국립문화재연구소로 옮겨 손상 진행 현황과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어 벽화 보존 처리와 함께 고려 후기 벽체의 구조와 벽화 제작 기법, 재료에 대한 연구를 병행한다. 보존 처리 및 연구는 2026년까지 진행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심각하게 손상된 부석사 조사당 벽화가 본래 모습을 되찾고 안정된 상태로 보존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 및 보존 처리를 수행할 예정”이라며 “조사 및 보존 처리 과정에서 도출되는 연구 성과는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