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다 박은 전국 사립유치원 비리 수법… 내 아이 유치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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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5 17:32

지역별로 비리유치원 실태 살펴 보니


그들은 서로 비리 수법을 공유해 온 것일까. 25일 17개 시ㆍ도교육청이 차례로 공개한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유치원들의 비리 실태는 학부모들의 공분에 또 한번 기름을 부었다. 금액이 제각각일 뿐 돈을 뺴돌리는 수법이나 용도는 엇비슷했다. 지역별로 실명이 공개된 유치원의 주요 비리 행태를 살펴봤다.

△서울

서울시교육청이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한 유치원은 모두 76곳. 전체 지적사항은 249건이었다.

서울 월드유치원 설립자는 개인 명의로 3년짜리 보험을 든 뒤 2015년 5월까지 유치원 회계에서 매월 543만원을 빼내 총 1억3,579만원을 적립했다. 또한 교원 상여금, 강사료, 개인근로소득세 등 다양한 명목을 들어 약 5,000만원을 횡령했다.

아란유치원 원장은 2014년 12월 개인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뒤 치료비 860만원을 ‘직원 병원비’ 명목으로 지출했다. 이 유치원은 또한 원아가 191명임에도 영양사를 채용하지 않아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 번에 100명 이상 유아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경우 영양사를 1명 이상 채용해야 한다.

벧엘유치원 원장은 2013학년도 유치원 운영비에서 원장과 그 남편의 개인 출퇴근 차량 보험료, 자동차세, 주유비 등 645만원을 집행했다. 서울 문성유치원 설립자 역시 약 5년간 개인차량 렌트비ㆍ주유비 등 명목으로 5,000만원을 횡령했다.

△경기

경기도에서는 국·공립과 사립 유치원 122곳의 명단이 공개됐다. 지적 건수만 581건이다. 공립유치원에서 54건, 사립에서 531건이 집계됐다. 한 곳당 평균 3, 4건이 적발된 것이다.

특히 이번 유치원 비리 사태의 확산에 단초가 된 화성 환희유치원은 말 그대로 비리백화점을 방불케 했다. 유치원 체크카드로 명품가방에서부터 숙박비, 노래방 이용료 등으로 757회에 걸쳐 3,770만원을 결제했다. 또 성인용품과 주류 판매업소 등에서 874회에 걸쳐 3,000만원을 개인카드로 긁은 뒤 회계증빙서에 첨부해 되돌려 받기도 했다. 이것도 모자라 자신의 큰아들 대학 입학금과 작은아들 연기아카데미 등 3,900만원을 임의로 사용했다. 증빙서류조차 없이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경기도내 다른 유치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성오산 하늘꿈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명의로 가입해야 하는 저축보험을 자신 명의로 돌려 무려 2억700만원을 챙겼다. 이미 3년 전 폐업한 식자재업체로부터 납품받은 것처럼 속여 1,900만원을, 식자재 구입시 간이영수증만 사용하는 수법으로 7,800만원을 부정하게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구리남양주의 서울유치원 원장은 시설공사와 교재교구 구입비 명목으로 허위서류를 꾸민 뒤 1억9,900만원을 자신의 아버지에게 입금하는 방법으로 빼돌렸다가 적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부천의 사랑아트유치원 원장은 자신의 아버지를 관리자로 채용, 매월 200만원씩의 급여를 준 것처럼 꾸몄다. 아파트 관리비 170만원, 자신의 차량수리비 80만원을 유치원 통장에서 사용했다.

동두천양주 아름솔유치원은 법인카드나 통장이체 등으로 하지 않고 설립자 및 교직원의 개인명의 신요카드와 현금 상용 후 설립자 개인 계좌로 입금처리하는 방법으로 317건 3억3,800만원을 지출했다.

△인천

인천시교육청은 2013년부터 올해 10월까지 감사에서 적발된 사립유치원 222곳의 실명과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인천 서구 사랑과믿음유치원은 2014년 3월~2017년 3월 공사대금 채무변제 등 목적으로 80차례에 걸쳐 4억4,538만원 교비를 다른 회계로 전출했다가 적발됐다. 인천 서구 청라새싹유치원은 2014년 3월~2016년 9월 설립자 명의로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벤츠 C200을 리스 계약하고 차량 리스료 각각 6,051만원(31회)과 3,708만원(24회)을 유치원회계에서 지급했다. 인천 부평구 부개대동유치원은 원장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원피스, 블라우스, 자전거슈즈, 핫팬츠 등을 구입하는 등 예산 740만원을 제멋대로 사용했고, 인천 계양구 보나유치원은 2012년 설립자 변경을 하면서 소요된 유치원 취ㆍ등록세 및 상속세 8,756만원을 유치원 회계서 지출하고 메르세데스 벤츠 파이넨셜 서비스와 리스 계약을 맺은 뒤 차량 리스비로 월 107만원을 9차례에 걸쳐 유치원 회계서 납부했다. 이밖에도 유치원 회계에서 유용한 용처는 △단란주점에서 사용한 금액 46만5,000원(인천 강화군 삼성유치원) △원장이 한의원에서 쓴 의료비 239만원(인천 미추홀구 그립나라유치원) △원장 개인연금보험료를 매달 342만원씩 총 6,516만원(인천 계양구 보람유치원) △원장 휴대폰 요금과 주유대금 3,401만원(인천 미추홀구 노벨유치원) 등으로 다양했다.

△세종

세종시교육청은 2013년부터 쭉 공사립 유치원에 대해 감사를 벌인 뒤 곧바로 실명과 함께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사립인 전의유치원은 2014년 재무감사에서 원장이 영양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고 등록금 908만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집행한 사실이 적발됐다. 원장은 이 유치원의 영양교사 채용 예산을 줄이려고 자격증을 취득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 교육청은 전의유치원에 대해 기관 경고를 하고, 908만원을 회수했다. 이 유치원에선 또 원장의 경조사비와 교직원 명절 떡값 등 270만원을 업무추진비로 부당 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세종지역 사립유치원인 아이마루유치원에서도 감사결과 원장 조리사자격 취득 수강료 100만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부당 집행한 사실이 드러나 기관 경고를 받았다.

△충북

충북 청주 은성유치원 A원장은 2016년 3월 모 업체와 소방안전관리 업무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하고도 유치원 설립자 B씨를 '소방시설관리자'로 채용, 이 때부터 월 270만원씩 11개월간 2,970만원을 지급했으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설립자가 실제로 소방시설 관리자로서 일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시기에 설립자 B씨는 자신이 세운 또 다른 유치원의 행정부장 직함으로 근로계약을 체결, 하루 6시간 일하는 조건에 월 900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었다.

이 유치원은 유치원생들에게 필요한 자연학습생태장을 조성한다며 유치원 인근의 A원장과 설립자B씨 공동 소유 땅에 펜스를 설치하면서 그 비용 484만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전용했다.

청주 청남유치원 C원장은 2009년부터 5년간 어린이집 건축기금 명목으로 2억원, 2011년부터 3년간 어린이집 운전원을 채용했다고 속여 급여 6,360만원을 챙기는 등 총 3억 7,5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 계좌에 보관하다 적발돼 고발 조치됐다.

C원장은 2013년 9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직원을 허위로 채용하는 수법으로 지급된 급여 2,390만원을 빼돌려 챙기고, 문서를 위조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청주 동청주유치원 D원장은 324만원 어치의 개인 의류와 화장품을 유치원 회계로 샀다가 감사에 적발됐다.

옥천 삼양유치원 행정8급 E씨는 2014년 3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총 138차례에 걸쳐 학교회계 및 법인카드 통장에서 본인이나 배우자, 언니, 대부업자 등 20여명에게 총 1억 3,190여 만원을 송금하는 등 유치원 회계를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E씨는 통장과 회계장부의 잔액을 맞추기 위해 수입액 13건 1억 1,976만원을 임의로 감액하고 감사를 앞두고 공금 횡령·유용을 감추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 유치원의 다른 행정8급 직원 F씨는 2014년 3∼5월 법인카드 통장에서 7차례에 걸쳐 1,240여만원을 인출해 사적으로 쓰고, 학교회계 통장에서 49차례 총 5,888만원을 빼 썼다가 감사에서 적발됐다.

△강원

원주 도담유치원은 2014년 3월5일 제네시스 차량을 구입해 지난해 1월 5일까지 35차례에 걸쳐 차 값 4,677만원을 지출했다. 그러나 정당한 업무용 차량임을 입증할 출장명령기록과 차량 운행일지, 유류수불대장 없이 차량 운행했다.

춘천 무궁화유치원은 2016년 12월1일 업무용이라는 명목으로 에쿠스 차량 구입비로 1,500만원을 지출하고 2016년부터 2년간 보험료 324만원을 지출했으나, 업무용 운행을 입증할 출장명령기록(근무상황일지), 차량운행일지, 유류수불대장 등 자료를 일체 구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2014년 3월8일부터 업무용 차량 3대의 주유비 등 191만원을 업무용 차량 관리비로 부적절하게 지출했다.

△제주

원장 등의 월급을 임의대로 책정해 지급하다 적발됐다. 2016년 8월에 지급된 전원유치원장의 월급은 공무원 보수규정의 공립교원 최고 40호봉인 484만1,300원보다 많은 886만2,000원에 수당을 합쳐 1,031만2,000원이 지급됐다.

새순유치원 원장도 보수지급 기준 없이 임의대로 보수를 책정해 2016년 8월에 기본급과 수당을 합쳐 770만9,790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새순유치원 원장은 또 같은 달에 본인의 남편인 행정실장의 월급을 임의대로 책정해 기본급 582만9,200원과 수당을 합쳐 682만9,200원을 지급했고, 실무경력이 2년도 안된 행정실무직원인 자신의 아들에게도 월급 295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새순유치원은 2011학년도부터 2012학년도까지 통학차량 운전기사로 계약돼 있는 원장의 아들이 해외에 체류 중임에도 월급을 지급해오다 적발됐다. 35인승 유치원 통학차량을 운행하려면 1종 대형면허를 보유해야하지만, 원장 아들의 면허는 1종 보통면허로 실제로 유치원 통학차량을 운전할 수 없었다. 이 통학차량은 원장의 남편인 행정실장이 운행했고, 2년간 월급으로 총 2,600만원이 아들의 계좌로 입금 처리됐다.

일부 유치원은 원장 등의 개인 소유의 토지를 임차해 임대료를 지급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원유치원은 모녀 관계인 원장과 교무부장이 공동 소유한 토지에 천연잔디와 운동기구를 식재ㆍ설치하고 연 임대료 2,000만원을 원장 개인 통장으로 입금했다.

새순유치원은 원장 개인 소유의 과수원에 정자와 일부 놀이시설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생태학습장으로 임대 계약을 체결해 매주 1회 정도 학습장을 방문, 체험활동을 하게 하며 2013년 3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월 250만원씩, 22개월 간 총 5,500만원의 임대료를 원장 개인 통장으로 지급하다 적발됐다.

연동유치원은 2015년 유치원 공공요금을 집행하면서 유치원 2층에 거주하는 설립자의 개인주택의 전기료와 상하수도 요금 501만원을 대신 납부했다. 또 2016년에도 같은 이유로 유치원 예산에 656만원을 책정해 일부를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원유치원은 2015년 3월 17일 A업체와 1,281만원에 실내장식공사를 체결했지만, 공사의 규모 및 예산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발주서류와 설계도면, 물량산출 근거, 내역단가 산출서 등 공사 내역도 없이 공사비를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공사 관련 사진도 첨부하지 않아 공사가 실제 진행됐는지 확인할 수 없고, 공사대금도 A업체가 아닌 A업체의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제3의 인물에게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혜정 기자 arête@hankookilbo.com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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